강혜경 제주외고 논술교사

나는 요즘 9개월 된 딸아이를 키우며 삶의 가치들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해답을 얻고 있다. 그런데 해답은 없고 오직 의문에 대한 다짐만 한 보따리씩 둘러메고 있는데 최근의 의문과 다짐이 바로 한결같음, 즉 일관성에 관한 것이다. 한결같음! 참 어렵고 힘든 삶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도 같은 마음을 감추기 위해 '융통성'이라는 것을 내세우는 건 아닐까? 

드디어 짚고 서기를 맘대로 할 수 있게 된 딸아이는 한 순간도 가만있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기저귀를 갈아 채우는 것이 물 밖으로 나온 미꾸라지 잡는 것만큼 힘들다. 몸을 베베꼬다가는 금새 저만치 기어가 맨 살을 드러내고 헤헤 웃고 있다. 그런 아이를 데려다가 눕히면 소리치며 발버둥을 치니 도저히 기저귀를 채울 수 없다. 그럴 때 얼른 딸아이의 손에 뭔가를 쥐어주면 되는데, 문제는 그것들이 '안 되는 것'들이다.

예를들면 리모컨, 핸드폰, 디지털카메라, 지갑, 열쇠꾸러미, 썬글라스처럼 평소에는 만지지 못하게 하고, 안 된다며 빼앗아 치워버리는 것들이다. 장난감을 주면 본 척도 않고 달아나지만 '안 되는 것'들을 주면 얌전히 누워 있는다. 그럼 나는 얼른 기저귀를 갈고 나서 얼굴 표정을 싹 바꾸고 차분한 목소리로 "엄마가 이건 입에 넣으면 안 된다고 했지!"라고 말하며 딸아이의 손에 쥐어준 것을 빼앗아 치워버린다. 

순간! 딸아이의 멍! 하는 표정(이 표정의 의미는 분명 나를 향한 배신감일 것이다)과 울음!

아~ 일관성 있는 육아! 한결같은 가정교육! 을 다짐하던 나의 교육 방침이 기저귀 갈기를 위해 우습게 버려지고 있는 현장을 보라! 얼마나 웃기는 노릇인가? 

안 된다고 하던 것을 아주 잠시 허락했다가는 다시 안 된다고 하고, 또 얼마 뒤에 그런 일이 또 일어나니 딸아이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뭐지? 열쇠꾸러미는 가지고 놀 수 있는 거야? 아닌 거야? 도대체 알 수가 없네. 아~골치 아파!' 이런 내적 갈등으로 고민할까? 아니면, '아! 기저귀 갈기를 더욱 거부하면 엄마는 마침내 욕실화를 주실거야! 그럼 오늘은 더 심하게!' 이런 괘씸한 생각을 할까?

아무튼 나 또한 엄마로서 기저귀 갈기를 위해 이렇게 갈팡질팡 하는 나의 행동에 무척이나 갈등되고 엄청나게 고민스럽다. 그러나 어쩌면 좋겠는가? 달래도 보고 마사지도 해주고, 뒹굴며 놀아줘도 소용없는 '가만히 눕기'가 '안 되는 물건' 하나면 상황 종료인 것을!

어쩌면 좋겠습니까? 일관성 있는 육아, 한결같은 육아로 딸아이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그게 말처럼, 생각처럼 쉽지가 않으니 말입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