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조례안 통과·칠머리당영등굿 대표목록 등재에도 가치 정립 미흡
제주 사회가 나서 잠녀·잠녀 문화의 무형 문화유산화에 적극 나서야

   
 
   
 
 지난해 아직 기억이 생생한 이름 하나가 부고란에 올랐다. 한 평생 물에서만 살았다던 노잠녀의 이름이다. 젊어서는 남편과 가족을 위해, 머리에 서리꽃이 내리면서는 자식을 위해 검은 바다에 몸을 내던졌던 그녀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자식 중 누구라도 물질을 한다고 했다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말렸을 거라던 노잠녀는 마지막 숨비소리만을 남긴 채 '이어도'로 갔다.
 
 
 제주에 있어 '잠녀'란 무엇인가.

 사회적 편견과 가난함에 맞서 바다에 몸을 던졌던 우리네 어머니에 대한 제주의 평가는 지극히 단편적이고 소극적이다.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문화 전승 및 보존에 관한 조례안'(이하 해녀 조례안)이 3년여 만에 빛을 보는 등 잠녀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자는 움직임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녀들에게 자존감을 불어넣기에는 모자랐다.

 대표적인 잠녀 문화 중 하나인 칠머리당 영등굿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대표목록에 이름을 올렸지만 누구도 그 안에서 잠녀를 찾아주지 않았다. 다만 '중요 무형문화재 제71호'에 대한 세계적 인정을 극대화했을 뿐이다.

 잠녀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는 그런 잠녀들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작업으로 그 의미가 크다. 몇 번을 강조했지만 잠녀만큼 제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무형문화유산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화 등으로 시대 뒤안길을 걷고 있는데다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고 사라져가는 '옛 것'으로 보기에 잠녀가 제주사회에 미친 영향력은 크다. 지난해 목숨을 걸고 독도 물질을 나섰던 제주 잠녀들의 이야기는 실효지배적 접근으로 한국사와 독도 영유권에 적잖은 의미를 남겼다.

   
 
   
 
 지방문화재와 국가문화재 지정도 논의 과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제주잠녀의 특수성을 인식시키는 작업은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유네스코의 ICH(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 제2조는 '무형문화유산이라 함은 공동체 집단 및 개인들의 문화유산의 관습 재현 표현 지식 기술 뿐만 아니라 도구 사물 공예 및 문화공간 모두를 의미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잠녀는 이들 기준에 따른 기본 자료를 거의 충족시키고 있다. 앞으로 완벽한 보충 조사와 생업의 지속적인 보존계획 문화전승을 위한 노력만 이어진다면 무형문화유산으로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제주 사회, 그리고 잠녀들 스스로가 유네스코 등재를 바라고 있는가이다. 바란다면 등재를 위한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문화재청에서 2011년 유네스코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가치를 정립하는 작업은 제주가 해야 한다.

 잠녀였다는 사실이, 아니 지금 물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최우선 과제다.

 제민일보는 2010년을 제주잠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준비의 해로 삼고, 범도민차원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는 등 잠녀의 미래를 향한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작업을 시도한다.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이토우 아비토 와세다대학 아시아연구소 교수  
 
"잠녀들 스스로 원하는가 확인하고 접근해야" 
 이토우 아비토 와세다대학 아시아연구소 교수

“제주 잠녀의 가치가 대단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자신들을 인정하고 또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는 의지를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

와세다대학 이토우 아비토 아시아연구소 교수(동아시아문화인류학)는 “일본에서도 제주 잠녀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적잖다”며 “제주적 관점만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적 교류를 통해 가치를 정립하는 작업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토우 교수는 종전 이후 일본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한국관계를 연구한 학자로 꼽힌다.

북한관계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 진도의 제례문화와 관련한 책을 썼는가 하면 제주에도 여러 차례 들르기도 했다.

이토우 교수는 제주 잠녀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한 이야기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등재 기준 등에 대한 고민에 ‘발달인류학적’접근을 권했다.

제주잠녀가 하나의 인류문화인 만큼 고정된 상태로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토우 교수는 “사회가 발전하는 만큼 인류문화가 변화하는 것도 당연한 진리”라며 “고집스럽게 옛 전통을 고수한다거나 특정한 상황만을 인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잠녀들이 스스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원해야 하고 그런 의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럴 때 진정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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