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올레, 관광상품을 넘어 문화로

   
 
  단순한 올레 길을 개척하는 방식을 벗고 제주의 옛 모습을 복원하는 등 '올레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0대 히트 상품·도시재생부문 대상 등 성과 잇따라
자연경관 최대 활용·차별화 위해 올레 자문단 구성 등 필요

제주 올레가 제주관광의 흐름을 보는 것에서 체험·생태 위주로 변화시키는 등 제주의 관광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제주 올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른지역 자치단체들도 경쟁적으로 올레와 성격이 같은 걷는 길을 개발 하고 있어 제주 올레가 '제주 올레 문화'를 만들어 또 다른 올레 열풍을 일으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주 관광의 효자, 제주 올레
㈔제주올레는 제주의 자연환경 그 자체로 제주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다는 목표로 지난 2007년 9월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초등학교에서 광치기 해안에 이르는 제1코스를 시작으로 한림까지 이어지는 17개 코스·293㎞의 제주 올레 길을 개척했다.

올레는 전국적으로 걷기 관광을 주도하면서 올레 열풍을 일으켰다. 특히 올레꾼들은 일반관광객이나 골프 여행객과 달리 올레 코스를 따라 해안가 마을 등을 찾아,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올레를 찾은 사람은 25만1000여명으로, 직접적인 경제효과만 19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서귀포 지역에 올레꾼들의 편의를 위한 전문식당은 250여개로 늘어났고, 기존 침제되고 낡은 모텔과 여관을 게스트 하우스로 바꿔 운영하는 곳은 12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올레꾼 가운데 81%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 침체됐던 서귀포지역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을 닫았던 구멍가게 20곳이 다시 장사를 시작하는 등 마을 구석구석을 걷는 올레꾼들이 생수, 아이스크림 등 간식과 과일을 마을에서 직접 구입하고 있어 동네 상점도 살아나고 있다.

㈔제주올레는 이와 같은 공로 등을 인정받아 지난해 '제36회 관광의 날' 기념식에서 관광진흥 유공자로 선정,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제31주년 자연보호헌장 선포' 기념식에서 환경부로부터 자연보호활동 유공자로 선정, 환경부 장관상도 받았다.

특히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는 내국인 1만1538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와 전문가 검토를 토대로 '2009년 10대 히트상품'에 제주올레를 선정했다.

뿐만 아니라 제주 올레는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생태길 20선'에 선정됐고, 국토해양부 주관 도시대상 선도사례 부분에서 도시재생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올레 가치 발견, 올레 문화로
제주 올레는 자타가 인정하는 제주의 관광상품이다. 그러나 기존 올레를 개발할 때처럼 단순한 올레 길을 개척하는 방식을 벗고 제주의 옛 모습을 복원하는 등 '올레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최근 제주 올레 홍보기법과 코스의 특성, 개발주체, 방법, 지역주민 소득증대와의 연관성 등을 배우기 위해 제주 올레를 찾고 있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전주시 공무원과 의원 등 11명이 제주 올레를 체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전라남도, 강원도, 서울, 경기, 경상북도 등 전국 자치단체가 제주를 찾았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걷는 길' 개발이 보편화되고 있어 제주 올레의 특성을 잃어 희소가치가 떨어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걷는 길을 선점한 제주 올레가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고, 앞서가기 위해 ㈔제주올레를 중심으로한  문화·건축·디자인 등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제주 올레 자문단을 구성, 제주 올레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제주올레와 서귀포시가 추진하는 '제주올레 길 마을 스토리텔링' 사업을 보강해 올레길 개척 등 올레 인프라 조성에 이은 올레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제주 올레 문화'를 만들기 위해 각종 전문가들을 만나고 있다"며 "다음달께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올레 자문단이 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주형 기자 yjh153@jemin.com


 

   
 
 

안은주 (사)제주올레 기획실장

 
 

 "지역민과 올레꾼이 만드는 제주올레만의 문화콘텐츠"

지난 한 해 제주올레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25만 명 이상이 찾았다. 올레꾼은 처음에는 제주올레에서 만나는 자연풍광에 반해 이 길을 걷지만 나중에는 이 길에서 만나는 음식과 문화, 사람으로부터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제주 올레가 몇 년 유행하다 시들해지는 그렇고 그런 여행지가 되지 않기 위해 갈 길이 멀다. ㈔제주올레는 올해부터 새로운 코스를 개척하는 속도를 늦추고 기존 코스를 업그레이드 하고 제주 올레 문화를 만들는 작업에 속도를 낼 생각이다.

우선 처음처럼 깨끗하고 아름답게 지키기 위해 '클린 올레 캠페인'을 추진할 예정이다. '제주올레 어린이 아카데미'를 열어 제주 어린이들에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제주도와 제주올레 문화를 만들어가는 '제주올레 지킴이'로 키울 계획이다.

또 제주도와 올레 길을 접목한 스토리텔링을 올레꾼에게 알리는 작업도 진행한다. '대평리 해녀 공연' '낙천리 의자마을 프로젝트'처럼 마을의 독특한 문화 컨텐츠를 개발할 방침이다.

올레 길 주변에 사는 지역민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사업도 추진한다. ㈔제주올레는 제주 올레를 상징하는 '간세(제주 조랑말을 형상화한 모양)' 마크를 인형으로 제작, 판매할 계획이다. '간세' 인형은 버려지는 헌 옷이나 이불 등의 천을 재활용해 지역민들이 만들 것이다. 이로 인해 지역 경제활성화에도 한 몫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길은 ㈔제주올레가 열지만, 이 길의 문화를 만들고 색깔을 입히는 것은 이 길에 사는 지역민들과 이 길을 걷는 올레꾼들의 몫이다.


   
 
  위성곤 도의회 의원  
 

"혼자이면서도 느리게 함께 걷는 올레길 조성해야"

제주관광의 최고 브랜드 상품은 제주 올레다.

사람들이 올레길을 찾는 이유는 제주의 돌담, 마을 안길, 바닷길 속에서 제주의 참맛을 느끼며, 나를 찾아가는 깊은 사색의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 길을 나서지만 올레길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 같다.

제주의 속살을 한꺼번에 다 보여주기라도 해야 하는 것처럼 제주도 완주 올레코스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조급증이 그렇다. 더디게 가도 조금씩 남겨둬도 좋을 것 같은데 올레 모든 코스를 완주해야 한다는 올레꾼들의 속도전이 그렇다.

시간을 두고 하나씩 보여주는 맛도 괜찮을 것 같지만 더 많은 올레꾼을 유치해야 한다는 행정의 강박관념이 그렇다. 그러다보면 올레길이 지닌 가치를 지나쳐 버리거나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올레길에 지닌 애정만큼이나 걱정의 목소리도 다양하다. 올레길을 모방한 걷기열풍으로 제주올레가 시들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수많은 올레꾼들의 이용으로 주변경관이 훼손될 것이란 걱정도 있고, 코스 내 사유지 이용에 따른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지역주민의 소득연계나 관광인프라 시설의 유지관리 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점들이 해결되기 위해 ㈔제주올레, 행정, 지역주민, 올레꾼, 전문가들이 저마다의 소리를 내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 갈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는 것이 올레길이 지닌 본연의 느림의 철학이 아닌가 생각된다.

올레길은 올레꾼들 뿐만 아니라 삶의 터전을 뿌리내리고 있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이런 올레길은 혼자이면서도 함께 걷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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