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명·동화작가>

수줍은 발끝을 살포시 내밀고 삼월이가 찾아왔다. 바싹 말라보이던 잿빛 나무에도 연한 담채색 물기가 오르기 시작했고, 세차기만 하던 겨울칼바람도 꽃바람으로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삼월이가 찾아 온 길목에서는 공연히 가슴이 콩닥거리기도 하고, 햇살이 눈부시게 아름다울 땐 그 빛살을 쫓아 달려가고도 싶어진다.

이렇듯 콩콩 뛰는 설렘으로 삼월이를 맞이하는 것은 아마도 새로움을 품고 있기 때문이리라.

곳곳에서 입학식을 하고 자리를 옮기는 인사이동이 한창이다.

얼마 전에 아는 지인이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입학하기로 했다며 은근히 자랑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내 마음은 어찌나 편치 않던지…….

조기교육 열풍 속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뒤질세라 부랴부랴 그 속에 함께 편승하는 학부모들을 만날 때면 참 속이 쓰리다.

이제 유치원에 입학할 어린 아이에게 영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은 적잖은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부여한다는 것인데, 그런 사실을 정녕 모르는 것일까?

좋은 일을 알면서 하지 않는 것처럼 어리석을 일도 없지만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그 길로 들어선다는 것은 전자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영어유치원이라고는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 어학원으로 등록하고 운영한다니 어린 아이들에게 모국어가 아닌 다른 나라 언어교육을 한다는 것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교육부에서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한번쯤 짚어 볼 대목이다.

또 많은 전문가들은 만4세에서 7세 아이들은 모국어를 기반으로 한 사고체계를 길러야하는 시기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말과 전혀 다른 언어체계를 가진 영어를 함께 배우다보면 사고체계에 혼선이 빚어져 모국어인 우리나라말도 제대로 못하고 영어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한다.

조기교육도 중요하고 선행학습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춰진 교육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임을 명심해야한다.

꽃피는 춘삼월이다!

귀여운 자녀들과 함께 보드라워진 봄바람을 따라 이제 막 파릇파릇하게 고개를 내미는 삼월이를 마중하는 것은 어떨지…….

그것이야말로 아이들 마음 밭 정서 교육에 조기교육이고 선행학습이라는 것을 필자는 서슴없이 말하며, 자녀들과 함께 봄을 만나는 그곳으로 떠나보길 권해본다! <장수명·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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