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강사 김매연

"선생님, 이거~"

"선생님 주려고? 요즘 귤이 귀한데 맛있겠네, 고마워~"

아토피로 손가락과 손등 여기저기에 물집 잡힌 손으로 시들어 쪼글쪼글한 귤을 아이가 내민다. 아이 손에서 미지근하게 데워진 귤, 맛보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먹는다. 아이는 주머니에서 귤 두 개를 더 꺼내 자랑하며, 맛있게 먹어준 내게 더 주고픈 눈치다.

"와~ 맛있다. 하나 더 줄래?"

아이가 방긋 웃으며 내민 귤은 아이 손에서 유난히도 빛난다. 어제는 교실 복도를 오가며 봤던 연분홍빛 꽃 한 송이를 따다 내 책상에 놓았다. 엄마의 정을 느끼고 싶어서 표현하는 걸 알기에, 꽃을 꺾었다고 혼낼 수 없었다. 내가 아이에게 해준 건 단지 볼 때마다 웃어주고 말 건네주고, 가지고 있던 바나나를 한 꼭지씩 나눠 먹은 게 전부다. 아이는 그 바나나 한곡지가 그렇게 고마웠는지, 바로 다음날은 꽃 한 송이로, 오늘은 귤로 내게 고마움을 표현하는게 아닌가. 이렇게나 정이 그리운 아이를 어찌 혼낼 수 있겠는가?

아이는 첫날부터 수시로 내 주변을 맴돌았다.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술어가 생략된 유아어로 말하고, 단체 규칙을 지키기보다는 유아처럼 수시로 생떼를 쓰는 천덕꾸러기다. 수업 시작종이 울린 걸 알면서도 선생님의 관심을 끌려고 담임선생님께서 데리러 와서야 교실로 들어간다. 

친구들은 아이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놀리거나 아토피 물집을 지저분하다며 피한다. 하지만 다행인것은 친구들의 놀림을 그저 당하지 않고 놀리는 친구에게 때리는 시늉을 하거나 대꾸한다. 사회성은 유아수준이고 후천적인 학습도 부진해보이지만, 지능은 정상아에 비해 그리 낮아 보이지 않는다. 아이는 눈치도 빠르고, 글도 또박또박 읽고, 글씨도 곱게 쓴다. 아이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랑 산다. 어려서 엄마와 떨어져 지내며 생긴 유아적 행동을 하는 연령퇴행을 보이는 것 같다.

어린 자식을 두고 이혼해야 하는 부모 나름대로의 충분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짐작은 가지만, 이혼하더라도 자신이 낳은 자식마저 등지고 살지 않았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으로 내 가슴이 아프다.

부모가 아이 마음을 자주 헤아려주었으면 퇴행까지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부모들이야 어른이니 가정이 해체되더라도 스스로 세상을 살아갈 힘이 있지 않은가.

아직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챙길만큼 성장하지 못한 어린아이, 엄마의 부재로 가슴에 뚫린 구멍은 무엇으로 채워줄 수 있단 말인가. 가슴이 아리다.

부모님들이여, 설령 이혼하더라도 자식에 대한 책임은 제발 포기하지 말기를…   <독서강사 김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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