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응원전 유모차 등 배려 부족 불편…장애인 응원 참석 엄두도 못내

우리나라 축구대표팀과 아르헨티나 축구 경기 응원전이 한창이던 지난 17일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김모씨(31·여)가 먼곳에서 스크린을 응시했다. 김씨도 빨간 옷을 입는 등 응원분위기를 냈지만 관중석에 들어가지 못하고 통로 입구에서 선수들을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유모차를 세워둘 자리가 없는데다 유모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통로까지 가득찬 사람들 때문에 까치발을 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 봤지만 결국 응원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김씨는 "한라체육관 내부에 계단이 많고 복잡해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들이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보다 세심한 배려가 아쉽다. 모두 함께 응원할 수 있는 응원 문화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 뿐만 아니다. 아이를 업거나 유모차를 끌고 온 많은 가족들은 이번 축구대표팀 응원에 불편을 겪었다.

아이를 업고 응원왔다는 강모씨(33)는 "걸을 수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앉을 공간도 없고 너무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장애인들은 이번 응원전에 참여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한라체육관에 설치된 경사로가 부족하고 통행로 자체가 비좁아 휠체어 이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애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게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과 주변 사람들의 눈치 등으로 행사 참여 자체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도내 한 지체장애인은 "이번 응원전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축구를 제대로 보지 못할 것이라는 현장 사정을 알기 때문에 꾹 참았다"며 "관람석 일부 제공 등 장애인들과 함께 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오는 23일 나이지리아와의 경기 응원전도 한라체육관에서 개최될 계획"이라며 "가족 단위, 장애인들을 위해 별도의 응원 공간이 마련되진 않았지만 편안하게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안내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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