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현장] 제주YWCA 함성이 성교육 연구회 성폭력 예방 역할극 첫 공연 현장

   
 
  ▲ 함성이 성교육 연구회 성교육 전문 강사들이 이성간의 데이트 성폭력을 주제로 연기하고 있다.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에이, 무슨 성교육이야"

지난 9일 오후 제주외국어고등학교 강당에 모인 아이들이 입에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동안 받아왔던 성교육이 지겹다는 얼굴들이었다.  

그러나 이날 강당에서 성교육이 시작되자 볼멘소리를 내던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과 진지함이 묻어났다.

이날 성교육은 단순한 이론식 수업 기법에서 벗어나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별 사례를 극화한 역할극 형식의 성교육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제주YWCA 통합상담소 함성이 성교육 연구회는 이날 성폭력 예방을 위한 첫 역할극 공연을 했다.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12월까지 도내 20여곳의 고등학교에서 역할극 성교육이 실시될 예정이다.

이성간의 데이트 성폭력을 주제로 이뤄진 이날 역할극에서 여학생, 남학생, 엄마 등의 역할을 맡은 성교육 전문 강사 6명은 여학생이 남자친구 집에 갔다가 벌어지는 재미있는 상황과 성폭행이 이뤄지는 과정을 열심히 연기했다.   

성교육 강사들은 "처음 무대에서 연기하는 거라 긴장이 많이 돼 잘 했는지 모르겠다"며 "처음이라 다소 미흡한 점들이 많지만 앞으로 차근차근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동안 일방적으로 이론을 주입하던 '지루한' 성교육이 친숙한 사례 역할극으로 바뀌면서 학생들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일상생활에서 부딪하는 성관련 문제와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법도 함께 교육 받으면서 교육 효과를 높였다.

제주외고 1학년 송해민 학생(16·여)은 "남자친구와 여자친구간의 상황묘사를 통한 역할극이 흥미로웠다. 몰랐던 부분도 알게됐다"며 "각종 상황 대처 능력 교육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제주외고 고창근  교장은 "최근 성범죄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올바른 성의식은 갖출 수 있도록 교육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이같은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함성이 성교육 연구회 구정희 회장은 "성폭력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올바른 성의식을 확립시켜 주는 것이 좋다"며 "역할극 교육이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은 만큼 교육 소재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교육을 희망하는 학교와 단체는 제주YWCA 통합상담소(064-748-3040)로 문의하면 된다.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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