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주변에는 벽화가 참 많이 그려집니다. 마치 새마을운동 시절에 초가집이나 달동네를 없애고 도시미화운동을 벌인 것과 비슷하게 도시를 아름답게 만들려는 생각으로 이곳저곳 구석구석을 잘도 찾아내어 벽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통영의 동피랑은 벽화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고 서울 대학로의 낙산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모이게 되니 전국의 마을들이 벽화로 장식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벽화 홍수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초가집이나 달동네를 없애고 아파트와 고층건물이 들어선 곳이 아름다운가요? 오히려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지워지고 문화적인 단절이 이루어져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벽화로 가득찬 마을이 아름다워졌나요? 한동안 벽화가 그려지고 조형물을 만들면 다 해결된다는 시절이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 벽화가 오히려 시각적인 공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논의가 이루어졌고 실제로 시민들이 벽화에 대해 오히려 혐오감을 느끼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요? 저는 벽화나 조형물에 대해 너무 안이한 시선으로 바라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도시의 한 장소에 건축물이 지어지는 것도,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도 도시공간에 대한 분석과 그 지역사회의 문화, 역사, 그리고 지역성을 충분히 검토한 이후에 벽화나 조형물이 존재하는 미래의 시간을 배려해서 소재와 스타일을 논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논의가 빠진 상태에서 도시공간이나 예술미학에 대한 고민이 많지 않은 몇몇 사람들의 손에 의해 수많은 벽화가 그려지고 있습니다. 정해진 적은 예산으로 마을 내부의 벽 전부를 무조건 그려 넣으려는 어리석은 시도는 그만 두어야 합니다. 동피랑은 많지 않은 예산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었는데 우리는 더 많은 예산으로도 이렇게 시각공해라는 이미지를 얻어야 하는 것일까요?

현재 제주에는 공공미술에 대한 의미를 잘 알고 실천하려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전문가들과 상의한다면 예산이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도시공간에 잘 어울리고 지역성을 잘 표현하는 좋은 벽화들이 그려질 수 있습니다. 사전 논의과정 속에서 주민들과 의견을 수렴하고 직접 참여하게 하는 등 축제처럼 모두가 어우러져 진행된다면 우리에게 벽화와 조형물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서게 될 것입니다. 우리 눈에 즐겁고 아름다운 벽화를 기대해봅니다.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갤러리하루 대표, 제주대 건축학부 강사
이승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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