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추석대목인데…지갑닫는 서민 울상짓는 상인

   
 
   
 
주부 김옥선씨(43·여)가 오이, 미나리 등 갖가지 야채를 만져보다 가격을 듣고 다시 내려놓는다.

김씨는 "야채 값이 2배 이상은 오른 것 같다. 이것 저것 살것은 많은데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이번 추석 차례상 준비를 어떻게 해야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한탄했다.

추석 대목 기간인 지난 11일 오후 동문시장은 다소 썰렁했다. 다가오는 한가위 대목 분위기로 그나마 평소보다 들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정확히 빗나갔다.

시장 안은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오고가는 사람들이 일부 있을 뿐, 추석 대목을 맞은 풍성하고 활기찬 시장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많은 주민들이 시장에서 물건 값을 물어보고는 "너무 비싸다"며 구입을 포기하는 광경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이처럼 구입 포기가 나타나는 이유는 나물채소, 과일, 어류, 건어물 등 가격이 최소 30∼40%, 많게는 갑절 이상 폭등했기 때문이다. 

시장안은 많은 소비자들이 야채 봉지 한 두 개만 들고 다닐 뿐 많은 물품을 구입한 사람은 보기 힘들었다.  
부인과 함께 시장을 찾았다는 이동규씨(53)는 "야채, 과일을 사기 위해 10만원을 가져왔는데 막상 손에 쥐는게 얼마 없다"며 "날씨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오른 것은 알았지만 이정도 일줄 몰랐다. 매스컴에서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데 어디가 좋아지고 있는건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쉈다.

답답하고 힘든건 상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식료품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물건값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 자체가 얼어붙어 버렸기 때문이다.

시장 안의 상인들은 쪽파 등을 다듬거나 가만히 앉아 부채를 이용해 파리 등을 쫓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또 일부 상인들은 장사를 포기한 듯 가게 한켠에서 새우잠을 자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하나같이 "장사가 안되도 너무 안된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야채장사를 하는 이숙열씨(75·여)는 "㎏당 2000원 가량에 팔았던 오이가 최근 4000원∼5000원까지 올랐다"며 "들어오는 도매가격 자체가 올라 물건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솔직히 내가 소비자라도 물건을 사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어류·건어물 장사를 하는 고임진씨(59)는 "1만2000원(1㎏당)하던 갈치도 최근에는 2만원 이상으로 뛰어올랐고 버섯 등 각종 건어물 가격 역시 20∼30% 오른 상황"이라며 "시장 자체가 서민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물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을 갖고 있지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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