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가난한 가정 문화향유 '언감생심'

관람료 인상에도 1인당 지원 6년째 제자리
이용자 전체 수혜대상 17% 불과 대책 절실
 

저소득층에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시행되고 있는 문화바우처 사업이 겉돌고 있다. 대중공연이나 콘서트 관람료는 해를 거듭할수록 인상되는 반면 1인당 문화바우처 지원규모는 6년째 제자리, 사실상 사업이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바우처 사업의 질적 향상 없이 예산 늘리기에만 급급해하는 실정이다.

△예산 늘어도 지원은 제자리

문화바우처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에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으로, 지난 2005년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도 문화바우처 사업을 통해 뮤지컬이나 콘서트, 영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고, 사업비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제주문화예술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문화바우처 사업비는 6200만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1억2200만원으로 2배 가량 늘었다.

게다가 내년에는 문화바우처 사업비가 5억3000만원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예산만 늘어날 뿐 1인당 주어지는 혜택은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소득층이 문화바우처를 통해 공연이나 콘서트 등을 관람할 경우 관람료의 절반은 기획사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문화바우처 사업비로 지원된다.

그러나 1인당 지원되는 문화바우처 사업비는 연간 5000포인트(5만원)에 불과, 대중공연이나 뮤지컬 등을 관람하는데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있다.

최근 도내에서 열린 일부 대중공연 관람료가 8만8000원이었던 점을 감안, 공연을 1차례 관람하는데 4400포인트(4만4000원)가 소요되기 때문에 여러 공연을 관람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공연이나 콘서트 관람료는 해를 거듭할수록 인상되는 반면 1인당 지원되는 문화바우처 사업 포인트는 지난 2005년 이후 제자리, 사실상 혜택이 축소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혜택 제한 활성화 한계

문화바우처 사업으로 1인당 지원되는 혜택이 적어 이용 활성화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지난 2008년 문화바우처 수혜대상자를 자체 조사한 결과 도내 기초생활수급자는 2만3035명, 차상위계층은 1만4865명으로, 3만7900명이 문화바우처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지난해 문화바우처 이용자는 전체 수혜대상의 17.2%인 6511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러한 문화바우처 이용자수는 혜택을 중복한 인원까지 포함된 만큼 실제 이용자는 더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문화바우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거동이 불편해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파악, 일선 행정의 뒷받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수시로 문화바우처 사업에 대한 홍보와 교육에 나선다고 하지만 3만7900명에 달하는 전체 수혜대상자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문화바우처 사업으로 지원되는 영화에 한글자막을 넣는 등 장애인을 위한 배려도 필요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문화바우처 사업이 덩치만 커지는 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의 문화·예술 향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기준 손질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 관계자는 "제주에서 추진되는 문화바우처 사업이 다른 시·도에 비해 성과를 거두는 등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개선돼야 할 과제도 있다"며 "정책적으로 1인당 지원되는 포인트를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혜아 기자 kha49@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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