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 2010] 제주의료원에선 무슨일이… (상) 간호사 잔혹사

인원 문제 일부 병동 이달 근무 못짜…" 그만 두고 싶다" 호소
파우더링 분진 흡입 가능성 높고 정량 제공 안돼 대책 시급

"간호사 직업 자체가 힘들다지만 여기보다 힘들까요" 최근 불거진 제주의료원 임신 간호사 유산 문제와 관련, 간호사들이 입을 모았다. 현장에서 만난 간호사들은 인력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지만 인력수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업무량이 많아졌고 이에따른 스트레스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간호사들의 업무 사기 조차 매말라 버린 상태다.

△간호사 근무 현장

오전 5시. "에이" 간호사 A씨가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며 한마디 했다. 어제 나이트 근무(오후 9시30분∼익일 오전 7시)를 마치고 곧바로 데이 근무(오전 6시30분∼오후 3시)에 배정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퇴근 후 집에 들어와 잠만 자고 새벽에 출근하는 꼴이다. 

이같은 근무는 간호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N-OFF-D(나이트 근무-휴무-데이 근무)'형태다. 다른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의 노동 강도 등을 우려해 이같은 근무를 잘 배정하지 않지만 제주의료원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상이다.

출근해서도 정신이 없다. 전번 근무자에게 인계 받고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8시30분. 환자 식사를 도와주고 오전 10시 회진을 돌고 처방 정리 등을 하니 오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나마 이날은 다행이었다. 이 시간대 응급, 입원 환자라도 발생한다면 40∼50명의 환자 업무를 간호사 1명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분 좋은 소식도 여기까지였다. 나쁜 소식은 덤으로 왔다. 10월분 야간 근무 수당이 나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또 막내 간호사가 일을 그만 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A씨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 뿐만 아닌 많은 간호사들이 일하기 싫어한다"고 말했다.

현재 병원 내 일부 병동은 11월 근무 일정표를 절반밖에 짜지 못했다. 간호사 사직으로 업무 조정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임신 중인 간호사 B씨는 "유산 소식을 전해듣고 집에서 병원을 그만 두라고 독촉하고 있다"며 "동료들과 집안 형편을 감안하면 그만두고 싶어도 어쩔 수 없다"고 한탄했다.

   
 
  ▲ 파우더링 하는 모습 /김동은 기자  
 
△약품 흡입 가능성 파우더링 문제

간호사들은 환자 경구약 '파우더링'작업을 간호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과다, 스트레스와 함께 임신 간호사 유산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파우더링 작업은 알약을 삼키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알약을 분말 형태로 만드는 작업이다.

파우더링 작업 현장을 확인한 결과,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환자에게 처방된 밀봉된 알약을 막자(둥근 사기 방망이)로 일일이 두드려 가루로 만들었다.

이날 29명분의 알약을 파우더링한 간호사는 "어깨와 다리, 손목이 너무 아프다"며 "약 봉지가 약해 터지는 경우가 많은데 분진이 많이 날린다"고 말했다.

문제는 파우더링 작업으로 인해 약 봉지가 터지면서 약품 가루 등을 간호사들이 그대로 흡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약품 정량이 환자에게 제공되지 않으면서 약 효능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높다고 간호사들도 인정했다. 

한 간호사는 "약분진을 자주 흡입하다보니 일부 간호사들은 맛과 냄새 등을 통해 어떤 약품인지 맞힐 정도"라며 "임산부에게 좋지 않은 약품도 있을 수 있는데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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