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 2010] 제주의료원에선 무슨일이… (중)업무 과중 왜 발생하나

   
 
   
 

도내 의료계 간호사 구인난 "일 힘든 병원 안 가"인식 확산
올해 9차례 채용공고 지원자 없어…사직 줄이기 대책 필요

최근 불거진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업무 과중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속적으로 간호사 인력이 빠져나갔지만 신규 채용은 이뤄지지 않았고 남은 간호사들의 업무과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 의욕 상실

간호사들은 간호 인력이 빠져나가는 원인에 대해 '근로 의욕 상실'을 꼽는다. 도내 종합병원과 개인병원 곳곳에서 간호사 구인난을 겪고 있는 만큼 굳이 '힘든' 제주의료원을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날로 가중되고 있는 제주의료원 인력 문제가 한몫을 하고 있다.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의료연대제주지부에 따르면 제주의료원 간호사 정원 83명 중 현재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는 56명에 불과, 27명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퇴사한 간호사가 20여명에 달하고 사직 예정자들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함께 파우더링 작업, 드레싱 작업 등 다른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하지 않는 일까지 겹치면서 업무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간호사는 "간호사가 직접 파우더링 작업을 하고 있다는 말에 다른 병원에서 웃을 정도"라며 "응급구조사 4명이 챔버(고압산소치료기)부서 등으로 빠지면서 드레싱 업무까지 맡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어수선한 병원 분위기 역시 근로 의욕을 꺾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의료원의 영업이익은 지난 2003년 6억6200만원의 이익이 발생한 이후, 매년 적자가 이어지면서 지난해에는 10억43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줄잇는 사직 대책 필요

제주의료원의 간호사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사직하는 간호사들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내 간호사 인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규 인력을 확보하기 힘든 만큼 떠나려는 간호사들을 붙잡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제주의료원 간호사 신규채용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만 9차례 간호사 채용공고를 했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어 간호사를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의료원 간호사 업무가 많다는 소문에,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까지 겹치면서 취업을 기피하는 간호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신규 간호사 채용이 어려운 이유는 도내 간호 인력 상당수가 임금 등을 이유로 도내 병원에 취업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에 따르면 올해 제주대학교에서 18명, 제주한라대학에서 205명의 간호인력이 배출됐다. 그러나 이들중 상당수가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취업하길 원하면서 도내 간호사 구인난이 계속되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제주의료원에서는 간호사 업무 과중-사직-신규 인원 확충 난항-근로사기 저하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도 관계자는 "지난 2004년 제주의료원 간호사 채용 경쟁률이 대략 3대 1이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상황은 너무 안타깝다"며 "병원에서도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의료원 관계자는 "채용공고를 내더라도 응시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며 "조금이라도 빨리 채용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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