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길 변호사>

   
 
   
 
필자가 제주도생활을 하면서 재미있고 놀라운 것 중 하나가 장례식에 있어 부의금을 내는 방법이었다. 타지역에서는 통상 상주들과의 친분관계와 상관없이 상주들에게 직접 부의금을 주지 않고 부의함에 넣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필자가 제주에서 처음 조문을 갔을 때 주위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알고 지내던 상주에게 부의금을 전달하면서 상주들 사이에 부의금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텐데, 장례비용 등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했다. 그렇다고 상주에게 직접 부의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물어보기도 민망한 사안이라서 대충 짐작만하고 있었는데, 최근 서울가정법원에서 이와 관련된 판결을 선고한 적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A씨의 장례비용으로 950만원 정도가 들었고, 원고는 부의금으로 들어온 188만원 전액을 장례비용으로 사용하고 모지라는 비용 760만원을 개인적으로 지급하였다. 그 후 원고는 나머지 상속인 5명을 상대로 그 비용을 상환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한 서울가정법원은 조리에 비춰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례비용은 민법 제1000조 및 제1003조에 규정된 상속의 순위에 의해 가장 선순위에 놓인 자들이 각 법정상속분의 비율에 따라 부담함이 원칙이고, 이런 원칙은 특정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했다 하더라도 동일하게 적용됨이 마땅하다고 판결하면서 예를 들어 1순위 상속인들이 상속을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장례비용 부담의무를 면해지지 않고 비록 장례비용은 상속비용의 일부로 취급돼 상속재산분할절차에서 고려되나 장례비용부담은 상속에 근거를 두는 것이 아니라 망인과의 친족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함이 옳다고 덧붙였다.

또한 부의금이란 장례비에 먼저 충당될 것을 조건으로 한 금전의 증여로 이해함이 상당한 만큼 접수된 부의금 금액이 상속인별로 다르더라도 모두 장례비로 먼저 충당돼야 하고 이점은 부의금을 받은 상속인이 후순위상속인이거나 상속자격이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이고, 생존해 있는 자들과 별도로 오로지 망인과 관련돼 접수된 부의금도 역시 마찬가지인 만큼 장례비용을 부담할 자들에게 그들이 상속받을 경우 적용될 법정상속분위 비율에 따라 증여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서울가정법원 2008느합86).

이 판결은 장례비용과 부의금 처리로 상주들 사이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확고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즉 상속인이 망인과 사이가 좋지 않아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도 장례비용은 상속문제가 아니라 망인과 친족, 즉 혈연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상속포기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상속인들이 받은 부의금은 먼저 장례비용으로 사용하고 난 후 남는 부분이 있다면 상속인별로 귀속하면 되는 것이고 혹 장례비용이 부족한 경우에는 법정상속지분별로 분담해야 하고, 특정되지 않은 부의금의 경우에는 각자 균등한 한 금액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례비용 등으로 가족, 친족 간에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최상이지만 갈수록 장례식이 고급화되는 추세에 있는 오늘날에 장례비용과 부의금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위 판결은 장례비용과 부의금의 처리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할 것이고, 특히 제주지역과 같이 상주들이 각자 부의금을 받는 경우에 더욱 이 판결을 한 번 정도 고찰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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