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수 변호사>

   
 
   
 
최근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엄마가 "딸을 정기적으로 만나게 해달라"며 남편을 상대로 낸 면접교섭허가신청사건 항고심에서 면접교섭을 허용했던 1심을 취소하고 기각결정을 내려졌다는 기사를 접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 사건의 경우, 딸은 부모의 이혼과정에서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가 깊어 엄마와의 면접교섭에 대한 강한 거부의사를 나타내고 있으므로 면접교섭을 위해서는 심리치료 등을 통해 우선 딸의 엄마에 대한 적대감이나 거부감을 완화시키는 것이 당면한 문제"라며 "이를 위해 당사자들의 협조 아래 딸에 대한 심리치료를 실시했으나 오래 지속되지 못해 중단됐고, 그 후 법원에서는 엄마에게 2010년 6월경 실시하는 자녀사랑 가족캠프 참가를 권유했으나 2차례에 걸쳐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참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재판부는 법원에서 권고한 2차례의 캠프에 불참하는 등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과 준비가 없는 부모라면 면접교섭권을 허용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미성년인 자녀에 대해서 누가 친권 및 양육권을 행사할지를 정하게 된다. 이 경우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에게는 민법상 면접교섭권이 당연히 인정된다. 그래서 이혼 판결문에도 통상 누가 면접교섭권을 가진다는 항목이 없는 것이다.

물론 자녀를 양육하게 될 부부 중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면접교섭을 불허할 염려가 있는 경우 이혼 조정과정에서 면접교섭권이 누구에게 인정되고, 어떤 방식으로 행사할지를 정하기도 한다. 만약 이혼 후에 상대방이 자녀에 대한 면접교섭을 불허할 경우 법원에 면접교섭허가신청을 할 수 있다.

민법에서는 면접교섭권에 관하여 "자(子)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의 일방과 자(子)는 상호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부모 외에 자(子) 역시 면접교섭권의 주체가 됨을 명시한 것이고, 부모가 아닌 자(子)의 복리 차원에서 면접교섭권이 인정되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가정법원은 자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때에는 당사자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해 면접교섭을 제한하거나 배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법원의 감독권한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가정법원은 부모가 자녀에게 습관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 등 면접교섭 허용에 적절치 못한 사유가 있을 때는 면접교섭을 불허해 왔다.

이혼으로 부부관계는 정리되지만 자녀와의 관계까지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자녀에게 부모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 싶다면 자녀를 위해 노력하는 마음과 실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결정이라 생각된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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