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영화 제작 도전하는 고봉균·강문종씨
"비장애인도 문제 의식…행복한 사회 희망"

▲ 작품 ‘이몽’제작에 참여중인 강문종씨
▲ 작품 ‘이몽’중 인터뷰 장면을 찍고 있는 고봉균씨
"스탠바이, 큐!"

이른 아침부터 제주영상미디어센터 1층에 마련된 촬영장이 분주해진다. 감독과 배우, 카메라맨이 있는 것은 여느 영화 촬영장이나 같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

배우인 듯 보였지만 이내 카메라를 들고 찍고 있고, 카메라맨인가 했더니 슬쩍 연기지도를 한다.

'異夢'(이몽·가제)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일련의 과정이 담겨 있다.

작업에 참여중인 중증장애인 고봉균·강문종씨는 제주영상미디어센터가 주관하는 장애인·비장애인 통합 미디어교육프로그램 '고(아래아)치부는 미디어 바람'에 참가해 넉 달째 카메라 촬영과 영상편집을 배우고 있다.

영화감독이 꿈인 고씨는 불편한 손 대신 발로 능숙하게 카메라를 조작해 가며 벌써 몇 편의 영화를 찍은 경험자다. 그럼에도 더욱 완벽해지기 위해 순간순간 촬영기법을 묻는 고씨의 얼굴에는 비장함마저 감돈다.

영화는 처음인 강씨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 없이 무심히 지어진 시설물에 대해 문제점을 찾는 기획을 생각했다. 많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버스·은행 등을 이용하는 데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강씨는 "장애인들은 존재감이 약해 아무리 외쳐봤자 잘 들어주지 않아요. 백번 말하는 것보다 영상으로 찍어서 직접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작업을 시작했다"고 영화를 찍게된 계기를설명했다.

그렇게 시작한 작업은 매일매일 긴장의 연속이다. 설정한 것이 아니고 현장에서 부딪히는 그대로를 카메라에 담다보니 상황을 놓쳐 당황하기도 하고 , 욕심을 내다보니 간혹 작품의 목적을 놓치기도 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다른 꿈을 갖고 촬영에 뛰어든 '둘'이지만 목표는 결국 하나다.

비장애인들이 영화를 보고 문제의식을 갖고,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제작을 맡은 제주영상미디어센터 제작교육팀 김경탁씨는 "이번에 제작된 작품은 다음달 열리는 영상페스티벌을 통해 소개될 것"이라며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김봉철 기자 bckim@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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