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기 변호사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재산만을 승계하는 것이 아니라 피상속인의 재산과 함께 채무도 승계하게 된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재산보다 채무가 더 많은 경우에 상속인은 상속으로 인해 빚 더미에 앉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민법은 상속인이 상속개시 후 일정한 기간내에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상속포기는 상속으로 인해 생기는 모든 권리·의무의 승계를 부인하고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효력을 생기게 하는 제도다.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 법정기간 내에만 행사할 수 있고, 법원에 신고하는 등 일정한 절차와 방식을 갖춰야만 한다.

한정승인은 상속인이 상속으로 인해 얻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하는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이 1억원이고, 피상속인이 사망 전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빌린 돈이 3억원인 경우에도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은 상속받은 재산인 1억원만 갚으면 되고, 별도로 상속인 자신의 재산으로 피상속인의 채무를 갚을 의무는 없는 것이다. 한정승인도 원칙적으로 상속개시 후 법정기간 내에만 할 수 있고, 법원에 신고하는 등 일정한 절차와 방식을 갖추어야 한다.

이와 같이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 법정기간 내에 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상속인이 미리 상속을 포기하면 어떻게 되는가.

즉, 피상속인이 사망해 상속이 개시되기 전에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합의하여 재산을 상속하지 않기로 했다면 유효한 상속포기가 되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판례는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상속포기약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유효한 상속포기가 아니며, 상속인은 여전히 재산상속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즉, 판례는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 일정한 기간 내에만 가능하고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등 일정한 절차와 방식을 따라야만 그 효력이 있으므로, 상속개시 전에 한 상속포기약정은 그와 같은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아니한 것으로 그 효력이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상속인이 상속포기의 약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상속개시 후에는 다시 자신의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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