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멧돼지가 밤낮으로 주둥이로 할퀸 자리는 움푹 패여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돗곳에는 2개의 물이 있다.

◈새장밭못·한양물통·용선다리못·돗곳물(한경면 조수1리)

 겨울비가 흩뿌린다.매서운 동장군의 호령이 코 끝에 걸려있다.쓸쓸하다.썰렁하다.처량하다.

 용선다리 못의 물빛조차 시커멓게 묵직해지면서 각질처럼 단단하게 비쳐진다.

 조수1리는 물이 귀한 곳이다.숨골이 많고 토질 대부분이 송이층으로 돼 있기 때문에 물이 잘 고이지 않아 못을 팠고 마을 이름조차 조수(造水)다.

 조수1리 설촌의 시발점이 된 용선다리는 풍수지리학적으로 용이 있는 마을이다.지금으로부터 390년전인 1610년께 전주 이씨,몽빈 일가족이 이 일대에 처음 입주한 게 설촌의 시작이다.

 저지리와 조수1리의 경계 지경에 자리잡고 있다.용선다리 못은 조수1리 지경에서 유일하게 물이 나는 곳으로서 흔히 ‘구멍목이물’이라고 부른다.

 마을사람들은 이 일대가 한라산 물장오리에서 흘러 들어온 물이 솟아나는 곳이라고 믿고 있다.특히 여름 장마때면 ‘구멍목이’가 터져 물바다를 이루기도 한다.

 용선다리 못의 중심은 ‘동백낭(동백나무)못’이다.원래 자연 못이었으나 인구가 늘고 물이 부족하게 되자 남북으로 6개의 인공못을 팠다.

 이들 못은 쓰임새에 따라 음용수통과 우마급수장으로 구분됐다.아쉽게도 최근에는 4개의 못만 남아 있다.

 못 면적은 300㎡가량되며 주요 식물로는 수련과 창포가 있다.공덕비도 눈에 띈다.못 부지를 내놓은 좌수(座首) 김시권의 비(碑)라고 한다.

 그러나 4.3 당시 마을 자체가 소개가 돼 폐허가 된데다 상수도가 개설된 후 인적이 끊겨 세월의 무상함을 보여주고 있다.

 돗곳은 30m의 자연동굴과 7000여평의 오목한 분지와 평지로 돼 있다.수목이 울창해 금방이라도 산짐승이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특히 수령이 300년을 넘은 속칭 검북나무 1그루와 팽나무 2그루의 위용이 볼만하다.

 여기에다 들녘넘어 날아오는 바람소리,갈대….초겨울의 허전함을 달래주는 수채화다.단색조라 눈도 편안하다.

 이 일대가 움푹 패인 것은 멧돼지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코·주둥이로 나무 뿌리 등 먹이를 찾기 위해 파헤친 것이 물이 고이게 된 원인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주로 우마급수장으로 사용됐고 주요 습생 식물로는 역뀌·미나리·사마귀풀 등을 꼽을수 있다.

 주민들은 이 일대가 국유지인데다 숲이 울창해 자연학습장으로 개발될 수 있는 곳이라며 보호구역 지정을 원하고 있다. 

 새장밭못은 조수1리에서 한원리로 넘어가는 도로변에 있다.못은 두 개로 구성돼 있고 음용수로 활용됐던 못은 50㎡,우마급수장으로 활용됐던 못은 150㎡규모이다.

 특히 원형의 음용수 못은 비교적 보존이 잘 돼 있다.못 주변은 팽나무·멀구슬나무·보리수나무가 각종 덩굴식물과 얽혀 영역싸움이 한창이다.

 우마급수장 못 주변은 검정말·송이고랭이·피막이 등의 습생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한편 ‘새장밭’이라는 지명은 사장밭(射場田)에서 비롯된 것이다.옛날에는 너른 들판에 가시덤불,소나무숲으로 이뤄져 노루 등의 짐승이 많아 사냥터 혹은 활을 쏘는 장소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한양물통은 한양동 주민들이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65년께 판 것이다.면적은 200㎡가량 되며 못이 조성된 후 붉은 흙이 유입되자 이후 우마급수장으로 활용됐다.  

 지금은 못 주변에 조경석이 갖춰지고 주민들의 쉼터로 자리매김되고 있다.<글=좌승훈·좌용철 기자·사진=조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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