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창곤 변호사

계약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 예견할 수 있었던 장애사유를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 채무불이행책임을 지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아파트건설업자인 갑은 아파트의 사전분양공고 및 분양계약 체결 당시 장차 아파트 부지에 대한 문화재발굴조사가 진행돼 유적지 발견에 따른 현지 보존 결정이 내려짐으로써 아파트건설사업이 불가능하게 되거나 그 추진·실행에 현저한 지장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알았다. 그런데도 분양 공고문이나 분양계약서에 문화재 조사결과에 따라 사업계획 자체의 폐지나 그 부지가 변경될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그 후 갑은 발굴 조사가 완료되기 전에 아파트 공사를 착공했는데, 그로부터 얼마 후 아파트 부지에서 고려시대 유적지가 발견되자 중앙문화재위원회는 아파트 부지에 대해 현지 원형보존 결정을 했고, 이에 따라 위 아파트는 당초의 부지에 건축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 대법원은 '위 아파트의 분양계약에 따른 아파트 공급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 데 대해 그 귀책사유가 갑에게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를 지지했다.

"계약당사자 일방이 자신이 부담하는 계약상 채무를 이행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는 사유를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알았거나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 비록 그 사유로 말미암아 후에 채무불이행이 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그에게 어떠한 잘못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그 장애사유를 인식하고 이에 관한 위험을 인수해 계약을 체결했다거나 채무불이행이 상대방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으로 평가돼야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채무가 불이행된 것에 대해 귀책사유가 없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이 계약의 원만한 실현과 관련해 각각의 당사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적절하게 분배한다는 계약법의 기본적 요구에 부합한다"
 
계약의 당사자가 자신의 계약상 채무 이행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사유를 계약 체결 당시 알았거나 예견할 수 있는 경우, 이를 상대방에게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그와 같은 장애사유에 관한 위험을 인수했다면 위와 같은 사유를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귀책사유를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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