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주파(派)’] 15. 시사만화가 김경수 화백

제주살이 7년 공동체 삶 주목
‘다름의 미학’은 매력
‘녹색에너지’ 기대

제주에서는 모두가 삼촌이다. 지나가는 머리가 희끗한 노인도 밭 일 나가는 아주머니도 모두다 '삼촌'이다. 혈연관계도 아닌데 '삼촌'이란 호칭 하나로 하나가 된다. '삼촌'하면 반찬도 넉넉해지고, 높아졌던 목소리도 부드러워진다. 제주살이 7년  '삼촌'이 제법 어울릴듯한 김경수 화백은 비장의 무기 '제주 말'을 챙 기고 섬을 발아래 두고 있다.

▲ 김경수 화백
#제주는 '다름'이 매력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예술인마을에 터를 잡은 시사만화가 김경 수 화백(45)은 제주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지역 공동체'에서 찾았다.

처음은 불쑥불쑥 생활공간에 얼굴을 내밀고, 언제 어디서 무엇 을 했는지 살피는 섬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김 화백은 이제 부 주 봉투가 익숙해지고 슬그머니 쥐어주는 '반'을 즐긴다. 제주 의 다름을 인정한 보답은 늘 푸짐하다.

섬 공동체의 삶은 그렇 게 매력적이 됐다. 그렇게 그는 제주 올레를 직접 돌며 책에 담았다.

제주의 자연과 역사·문화·제주인의 삶까지 아우르는 풍성한 내 용에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만화체 그림으로 눈길을 끌었 던 「좌충우돌 제주올레」다.

직접 아이들과 걸었던 기억과 지 역과 연결된 역사 등을 스토리텔링하며 애정을 쏟았던 올레가 지 금은 '관광 상품'으로만 평가되는 것이 늘 아쉽다. 올레 열풍 에 하나둘 우후죽순 들어선 카페며 식당 등은 올레를 여느 관광 지와 똑같게 만들어버렸다.

김 화백은 "'느림의 미학'으로 알려진 제주올레를 '다름의 미 학'으로 승화시키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며 "홍대에서 나 볼 수 있는 카페를 제주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좋기보다 는 '다름'이 사라지는 아쉬움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 시사만화가 김경수 화백이 출간한 책들.
# 긍정의 '초록에너지 기대'

7년새 '제주 삼촌'이 된 그는 최근 제주 안의 변화가 피부로 느껴 진다고 했다. '세계화'란 말을 버릇처럼 써대는 만큼 불편해진 일 도 적잖다.

김 화백은 "세계화로 인해 지역공동체가 파괴되는 모습을 종 종 볼 수 있다"며 "제주가 다 변해버리기 전에 더 이상은 안 된다 는 생각을 단편만화로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루 하루 일간지 시사만평 원고 마감도 벅찬 상황이지만 지인들 의 주문에는 언제나 귀가 열린다. 그중 하나가 제주 신화를 어 린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시사만화책이다. 손사래를 쳤다.

제주 의 역사를 올라가면서 보게 되는 제주인의 문화적·역사적 정신 적 함의를 간단한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다 고 생각했다. 김 화백은 "'시사만화가'란 명함을 쓰고 있는 만큼 제주가 직면 한 현안들을 우선적으로 작업하고 싶다"며 "아직은 조금 이른 감 이 있지만 지역 사람들을 좀 더 만나보고 진행할 계획"이라며 '다 음'을 귀띔했다.

아이디어를 쏟아내야 하는 직업에 '녹색'이 좋다는 말에 제주 를 찾은 길, 작업에 미치는 긍정의 에너지를 찾았고 그렇게 머물렀다.

제주에서 자연 뿐만 아니라 공동체 삶에 순응하는 것이 세 상을 제대로 살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지금 그 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긍정에 '상생'의 의미가 보태진 초록이 다. 그 즐거운 확산이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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