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권 변호사

대법원은 법률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일반인들에게 법률 용어들이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오늘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무효와 취소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는 자신이 했던 말, 행동이 잘못되거나 불리하면 취소하겠다, 무효로 하겠다고 말하는데 법적으로 취소, 무효는 엄격히 구별되고, 자기 마음대로 취소를 할 수도 없다. 
 
무효라는 것은 법률행위가 효력요건을 갖추지 못해 처음부터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반사회적 행위, 예를 들어 돈을 받고 성행위를 하기로 한 계약, 도박 빚을 부동산으로 갚기로 한 계약 등은 처음부터 효력이 없다. 
 
이와 달리 취소는 하자가 있지만 일단 유효하게 효력을 발생한 법률행위를 처음부터 소급해서 무효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했다거나 착오 또는 사기에 의해 법률행위를 한 경우 취소가 가능한 것이다.
 
법률행위의 무효는 처음부터 무효이므로 당사자가 굳이 주장하지 않아도 당연히 무효의 효력이 나타나므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법률행위의 취소는 일정 기간 내에 취소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취소할 수 없고 결국 유효한 법률행위가 되어 버린다. 
 
무효, 취소 외에 철회라는 단어도 많이 사용되는데 법적 효과는 구별된다. 의사표시에 하자가 있는 취소와 달리 철회는 이미 이뤄진 의사표시에 특별한 법적인 하자가 없음에도 그 이후에 발생한 사정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그 효력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할부거래, TV홈쇼핑, 인터넷쇼핑 등의 전자상거래 영역에서 광범위한 철회권이 인정되는데, 소비자가 실제 물건을 보지 못한 채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오해, 충동 구매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소비자의 손해를 막기 위해 법으로 이런 철회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