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주파(派)’> 19. 경제학박사 황준욱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 '혁신 도우미'
삶·기업·사회 '연대'통한 혁신 이루기 시도

'경제학박사' '노동 연구원'이란 타이틀이 있음에도 불구 '혁신 도우미'란 수식어를 이름 뒤에 붙였다. 가정은 물론 사회, 기업, 지역의 혁신을 꿈꾸기 때문이다. '묵은 풍속·관습·조직·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라는 혁신의 사전적 의미를 비추어 보면 왠지 모를 부담감이 앞서지만 실상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기존의 자원과 창의적 가치로도 혁신은 가능하다는 말을 덧붙이며, 사회를 그리고 지역을 바라보는 인식·시선의 변화를 요구했다.

△'자기혁신'부터

황준욱 경제학박사(46)는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던 중 2010년 제주행을 택했다. 주변에선 '갑자기'라는 의문이 들지만 자신에게 제주는 늘 마음에 품어왔던 곳이다. 제주에 오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제주가 좋아서죠"라고 짤막하게 대답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혁신학교' 프로그램 운영이다.

황 박사는 "혁신학교 운영을 생각하며 떠올린 곳이 제주"라며 "관광객·이주민에 대해 크게 배타적이지 않은 제주 사람들이 개방적이라고 생각됐다"고 제주행의 배경을 설명했다.

제주에 온 첫 해, 시도하긴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지금은 문을 닫은 상태다. 삶의 방식에서부터 사회, 기업, 지역의 혁신가를 양성한다는 취지의 '혁신학교'는 언제고 다시 열릴 수 있는 공간으로 남겨둔 상태다.

혁신 시도는 먹거리로도 이어졌다. 황 박사는 최근 채소 값이 폭등했을 때를 이야기로 운을 뗀 뒤 "필요한데도 먹지 못하는 게 없어서라기보다 비싸서라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기초적인 음식에 대한 자립도 삶의 방식의 혁신이다. 자원이 고갈될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이 발효식품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 박사는 현재 스페인의 하몽, 프랑스의 장봉과 같은 돼지 뒷다리로 만드는 자연발효 생 햄을 비롯해 순수 '제주산'으로 막걸리, 간장, 된장, 식초 등을 개발하고 있다. 혁신의 시작은 자신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 실천으로 옮겨지는 과정이다.

황 박사는 "음식을 개발하는 과정에 많은 시행착오는 따르기 마련, 3~5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며 "개발 이후에는 지역주민과 노하우를 공유, 협동조합 형식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같이' 잘 살아볼 계획"이라고 조급함보다 느림으로 기약했다.

▲ 황준욱 박사는 ‘제주산’음식들을 개발·연구 중이다.
△'연대'하는 삶

황 박사는 최근 사회적 기업과 연계된 생태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사회적 경제를 이루는 주체들을 살펴보고 살아가는 방식들을 고민해본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협동조합 설립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제주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협동조합이란 '연대'가 답은 아니지만 필요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개발 중인 발효식품이 성공을 거둘 경우 협동조합 설립의 가능성과 함께 설립의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황 박사의 이야기들로 정리한 지난 과정과 앞으로의 목표는 '혁신'이란 연결고리로 이어졌는지 모른다. 자신의 인생 목표에 잘 맞는 표현 양식으로 직접 고른 '함께+잘+살자'가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황 박사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혁신이 연대를 이루고 또 그 연대가 '가치'있는 삶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이런 삶이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물론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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