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 문무병 마당극 연출가

나는 영화 '지슬'의 출생 과정을 안다. 지난 겨울 혹한 속에서 영화 지슬 제작팀들은 동백동산 곶자왈에서, 그리고 한라산에 올라가 '트(산전)'를 찾아 촬영 장소를 답사하며 악조건(장비부족과 자금부족)속에 치열하게 장소를 고르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는 소식을 감독의 누이로부터 들어왔다.

그러한 악조건이 어쩌면 극한상황에 남겨진 산사람들의 생활을 리얼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지슬'은 지역영화의 서툴음을 상당부분 극복하고 있었다. 영화 제작자는 산 속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연대와 생존의 방식들을 화려한 세트장의 화려한 장비로 만들어내는 자본과 칼라 필름의 재주를 버리고 가난한 흑백 필름의 한계를 극복했다. 영화의 문법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흑백 필림의 장점들을 살려 가난하지만 리얼한 아름다운 그림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것은 또 하나의 재주였다.

'지슬'은 제주어로 감자를 말한다. 아마 '地實(땅의 열매)'일 것이다. 생을 이어가게 하는 생존의 밥, 생을 이어가게 하는 식량이다. '지슬'이 죽음에서부터 살아서 생을 이어가는 산사람들의 식량으로 그려지며 또 하나의 의미를 만든다. 이 영화는 좁고 닫힌 공간이라는 한계상황에서 완벽한 제주어로 그려낸 영화로 표준어 자막처리를 통한 세련된 스토리텔링을 특징으로 한다. 그러므로 '지슬'은  4·3 사건을 소재로 한 리얼리즘 극영화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가능성이 존재한다.

영화 '지슬'은 제주 4·3영화의 가능성을 예고한 작품이다. 그리고 영상미가 돋보이는 '지슬'의 마지막 장면은 4·3의 영혼들을 해원하는 의미와 함께 4·3 트라우마의 굿치료까지도 가늠케 하는 아름다운 감동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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