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주파(派)'] 24. 제주커피연구소 대표 김영한

▲ 김영한 제주커피연구소 대표

'황금기' 인생설계 찾아  왔다 '꿈 재발견'
창의적인 삶 추구…'제주형 커피' 도전장

'삼성 이사' '경영대학원 교수' '베스트셀러 작가' '경영 컨설턴트'. 다양한 수식어와 함께 화제의 중심에 섰던 중년의 남성은 누구나 부러워할 부와 명예를 내려놓고 연고도 없는 제주행을 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창의적으로 살고 싶다"는 신념 때문이다. 제주에 내려 온 지 1년, 그는 이전에 해왔던 일들과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커피 만들기'에 꽂혔다. 65세, 안정된 삶을 뒤로 하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김영한 제주커피연구소 대표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드라마 같은 인생살이 종착역

김 대표는 40세에 삼성전자 임원이 되자마자 사표를 냈고, 경영 컨설턴트 일을 하며 54세 경영대학원 교수가 됐다. 「총각네 야채가게」 「스타벅스 감성마케팅」 「민들레영토 희망스토리」등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세를 떨치다 64세에는 나이만큼 책을 발간했다는 '에이지 북(age-book)'의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65세의 지금, 안덕면 사계리에서 '씨앤블루'라는 카페와 함께 제주커피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김 대표에게 제주는 인생 3막을 연 곳이다. 인생살이 중 50~60대는 '황금기'라고 말할 수 있는 시기라며, '커피'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펼치고 있다.

그는 1년의 노력 끝에 '쉰다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발효 커피 '제주 몬순'을 개발했고, 관광상품으로의 연계도 꿈꾸고 있다.

김 대표는 "은퇴 후 사람들이 제주로 이주해오는 것은 휴식 또는 귀촌인 경우가 많지만 자신에게는 새로운 인생설계의 공간"이라며 "'창의적인 삶'을 꿈꾼다는 자세로 커피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창의적인 삶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카페와 커피연구소를 설립하기 전 제주에서 첫 사업으로 웨딩스튜디오를 차렸다 쓰디쓴 실패도 맛 봤다.

하지만 김 대표는 "사업이 잘 안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며 오히려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사업 실패 후 누구나 고객이 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하다 커피를 선택했다"며 "지금은 제주형 커피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고 새로운 도전이 진행형임을 알렸다.

▲ 김영한 대표가 ‘제주형 커피’만들기에 도전중이다.

△예측 불가능한 삶

섬 밖의 유명세가 제주에서도 알음알음 소문이 난 덕에 김 대표는 한 시도 쉴 틈이 없다. 평일에는 멀리서 일부러 와 준 손님들 위해 시간을 내주는가 하면 주말엔 도내 기업체들의 경영컨설턴트로 또 커피연구소 대표로 강의가 꽉 차 있다.

'느림의 미학'으로 살아보겠다는 처음의 계획과는 조금은 어긋난 듯 보이지만, 65세 멈추지 않는 열정이 느껴진다.

김 대표는 "서울에서 얻었던 모든 것들은 철저히 버려두고 또한 자신을 낮춰 적극적으로 나선 끝에 제주에서의 정착이 가능했던 것 같다"며 "연고 없이 시작해 지금에 있기 까지 고생도 많았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인생 3막, 언제 마침표가 찍힐 지 누구도 예측 불가능이다.

김 대표는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노년에 쿠바로 가서 '노인과 바다'를 남겼듯 제주에서 불후의 명작을 남기고픈 소망이 있다"며 "지난 세월, 창조와 도전 정신으로 보냈던 이야기들을 책 한권에 담고 있다"고 곧 있을 출간 소식도 귀띔했다. 고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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