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공사업자나 자재판매업자와 같은 상인이 공사대금이나 자재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채무자의 승낙 또는 묵인 하에 현장을 점유한 후 그 근거로 유치권을 내세우는 것이 이러한 사태의 통상적인 모습인데, 이 경우 낙찰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 점에 관해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례가 중요한 참고가 되므로 다음에 그 내용을 소개한다.
상사유치권은 민사유치권과 달리 그 피담보채권이 '목적물에 관하여' 생긴 것일 필요는 없지만 유치권의 대상이 되는 물건은 '채무자 소유'일 것으로 제한돼 있다. 상사유치권이 채무자 소유의 물건에 대해서만 성립한다는 것은, 상사유치권은 그 성립 당시 채무자가 목적물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담보가치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물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유치권 성립 당시에 이미 그 목적물에 대해 제3자가 권리자인 제한물권이 설정돼 있다면, 상사유치권은 그와 같이 제한된 채무자의 소유권에 기초해 성립할 뿐이고 기존의 제한물권이 확보하고 있는 담보가치를 사후적으로 침탈하지는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해 이미 선행 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상태에서 채권자의 상사유치권이 성립한 경우, 상사유치권자는 채무자 및 그 이후 그 채무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하거나 제한물권을 설정받는 자에 대해서는 대항할 수 있지만, 선행저당권자 또는 선행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취득한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그 상사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법리는 주택 임차인이 유익비 상환청구권을 내세워 당해 건물을 계속 점유하는 경우와 같은 민사유치권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유의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