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 포커스 / 논란의 중심에 선 제주도감사위원회

▲ 최근 제주도개발공사 감사처분을 두고 제주도감사위원회에 대한 독립성 논란이 거세지고있다. 사진은 도감사위 전경. 김용현 기자
표적·봐주기감사 굴레 '도지사 소속' 한계 노출
인사권 등 공정성·자율성 담보 위한 대책 필요
 
△ 해묵은 논쟁
 
제주도감사위원회가 독립성 훼손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감사위원회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66조의 규정에 의거, '자치 감사'수행을 위해 도지사 소속하에 운영하되 그 직무에 있어서는 독립된 지위를 갖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규정돼있다.
 
이러한 감사위원회는 특별자치도 행정을 총괄하는 제왕적 도지사 체제 하에서 막중한 역할을 안고 출범했으나 인사권과 예산권을 쥔 도지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데는 한계를 보여왔다.
 
지난 2007년 진행된 해군기지 건설관련 여론조사 감사 결과 역시 감사위 독립성이 도마에 오른바 있다. 당시 지역최대 현안이었던 제주 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여론조사는 해군기지를 강행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 속에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에 도의회가 해군기지 관련 행정사무조사를 거쳐 감사위에 감사를 의뢰, 여론조사 위탁계약, 민간위탁조례 적용, 여론조사 경비집행 등에 대해 감사를 주문한 결과 감사위는 행정절차상 위법 부당하게 처리됐다며 공무원 4명의 문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결국 위법부당하지만 업무처리 과정상 문제일뿐 정책결정은 유효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면서 '해군기지 동의'라는 정책결정을 감싸기 위한 '구색 갖추기' 감사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 부실감사 논란 확산
 
최근 공개된 도개발공사에 대한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는 '봐주기' 부실 감사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솜방망이 처벌에 더불어 수박 겉핥기식 감사로 오히려 도개발공사에 면죄부를 줬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이번 감사위 감사는 드러난 사실을 소개하는 정도이고, 원인이 무엇인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며 "인사문제부터 해외시장 진출에 관한 문제, 감귤박처리시설 문제 등 드러난 문제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낙하산 인사 24명에 대한 직위와 직책, 해당분야 전문가 여부, 무시험과 무경쟁 사유, 인사위원회 심의 통과 사유 공개 △주류법상 문제가 있는 대리점 선정 관련 △도내용 삼다수의 도외반출 관련 감사 부실 △삼다수 일본수출 실패 감사 부실 △감귤공장 건조처리시설 감사 부실 등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주주민자치연대도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유통대리점 선정 과정에서 친인척 연루설이 제기됐지만 감사위는 이에 대해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낮은 징계수위와 관련, "도개발공사에 대한 특별감사까지 진행하며 잘못했으면 잘못한 사람이 책임을 지든지 변상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던 우 도정이 개발공사 사장이 바뀐 이후로는 제대로 된 감독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며 '자기사람 감싸기'를 비판했다.
 
제주경실련도 감사위 징계처분과 관련, "감사위가 개발공사 사장에게 처분한 기관장 경고는 감사위원회가 신분상 조치를 도지사에게 포괄 위임한 것이 아니라 감사위 자체적으로 알아서 구체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도지사에게 부담을 안기지 않으면서 그동안 도개발공사의 지적사항들을 '기관장 경고 처분'이라는 감사 결과 하나로 깨끗하게 면죄부를 받도록 했다"고 질타했다.
 
즉, 사장에 대한 이번 경고 조치는 도지사에 의한 신분상 제재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의미없는 '형식상 보여주기 조치'라는 것이다.
 
반면 2010년 특별감사에서는 '감사결과에 대한 인사자료 활용'을 통해 도지사가 처분하도록 포괄적으로 위임, 도지사가 사장에 대한 신분상 처분을 다양하게 내릴 수 있는 선택권을 줬다는 점에서 대조되고 있다.
 
△ 도감사위 위상 재정립
 
개발공사에 대한 봐주기 감사 비판이 거세지면서 감사위원회의 완전 독립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감사위원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감사직렬이 신설됐지만 소수직렬 전락 등 각종 이유로 운용되지 않는 등 감사위 독립 강화는 여전히 구호에 그치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일제히 "감사위원회가 제3의 기관으로 완전한 독립이 이뤄지지 않는 한 도지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표적감사, 봐주기 감사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지사 소속하의 제주도감사위원회를 제3의 기관으로 완전 독립시킬 때 도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도감사위 기능이 재정립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발 나아가 불공정 감사는 오히려 제주도개발공사의 전문화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다른 분야에서 반복될 경우 제주도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는 우려도 높다. 일각에서는 제주도의 청렴도 전국 꼴찌는 감사위원회가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감사위 독립 문제는 의회에서도 지속 제기돼왔다.
 
허진영 의원은 지난 2월 임시회 감사위원회 5단계 제도개선 과제를 보고받은 자리에서 "감사위 직원들이 모두 제주도 산하 공무원인데 어떻게 감사가 제대로 될수 있느냐"고 지적한바 있다. 또 박희수 의장은 지난 306회 임시회 폐회사를 통해 "직원들의 인사권이 실질적으로 도지사에게 있는 상황에서 감사위원회가 독립성과 공정성을 가지고 감사를 진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날로 확대되는 공직자들의 부정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강화되고 공정성과 전문성이 제고되도록 인사의 독립성부터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미라 기자

김용범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이번 제주도개발공사에 대한 감사처분을 통해 제주도감사위원회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결론적으로 도감사위의 전문성과 독립성에 적잖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도감사위도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겠지만,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논란이 어제오늘일이 아니고, 지사가 누구냐에 따라 '표적 감사' 또는 '봐주기 감사'가 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그동안 감사위원장 임기 3년 보장, 도지사의 감사위원 추천권 축소, 6급 이하 감사직렬 신설 등 독립성·전문성 강화를 위한 노력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실제 감사 직렬은 한 명도 채용되지 않았고, 도지사는 여전히 감사위 공무원의 인사권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감사가 진행될 수 있을 지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도감사위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도의회와 정당 등의 지적에 대해 철저한 반성이 요구된다"며 "도감사위 감사처분 또는 의결사항에 대한 도의회 동의절차와 도민감사관제 활성화, 감사위원 공개모집, 소수의견을 명시할 수 있는 제도마련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승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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