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변방에 우짖는 새」
1983년 출간 후 첫 개정판

지역 문학이 재조명받는다. 묻혔던 제주의 역사 기록을 복원하고 여기에 문학적 요소를 가미하며 깊은 울림을 남겼던 현기영 소설가의 「변방에 우짖는 새」(창비)가 30년 만에 개정판으로 발간된 것이다.
 
수많은 소설책이 쏟아지는 지금, 30년 전의 작품을 다시 꺼내 보인다는 사실만으로도 눈길을 끌며 그 때의 묵직한 감동이 재현된다.
 
「변방에 우짖는 새」는 1981년부터 월간지에 연재, 1983년 출간된 작품은 구한말 제주도에서 연이어 발생한 방성칠란(1898년)과 이재수란(1901년)을 다룬 현기영 소설가의 첫 장편 소설로, 당시 제주도로 유배 온 김윤식의 기록을 기본 사료로 하고 천주교 측의 자료 등과 민간 취재를 더해 생생한 모습으로 민란을 복원해냈다.
 
당시 '명실상부하게 1980년대 우리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우람하게 열어놓았다'(소설가 이호철)는 평을 얻는 등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은 지속적인 관심에 1987년에는 동명의 연극으로, 1999년에는 영화 '이재수의 난'으로 각색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개정판은 옛 표기를 현행 맞춤법에 맞게 고쳤으며, 새로운 감각에 맞게 장정을 바꾸기도 하는 등 변화를 입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수난과 저항의 역사 속에서도 면면히 이어져 온 민중의 강인한 혼을 밝힌다는 것이다. 제주어의 보고라고 할 만한 풍부한 어휘들과, 당시 제주도의 풍속에 대한 묘소도 그대로 가져왔다.
 
현기영 소설가는 개정판을 펴내며 "'순이삼촌' 내용 때문에 군부로부터 모진 고문을 당했던 나는 4·3을 더 이상 정면으로 다루기가 두려워 먼 과거인 이재수란으로 시간여행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결과가 이 소설"이라며 "초판 30년만에 이 소설의 개정판을 얻게 된 지금, 나의 기쁨은 자못 크다"고 밝혔다. 고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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