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현대인은 수많은 언론 매체가 매일 쏟아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기사는 사람의 활동과 관련이 있으므로 이로 인해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일을 당했을 때 피해 당사자는 기사를 게재한 언론사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해당 기사를 삭제하여 달라는 청구를 할 수 있다. 종이로 발행되는 일간지의 기사는 일회성에 그치기 십상이지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기사는 장기간 존속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사 삭제 청구는 주로 후자를 대상으로 하게 된다.

사람의 명예는 생명, 신체와 함께 매우 중대한 보호법익이고 인격권으로서의 명예권은 물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배타성을 가지는 권리로 인정된다. 명예를 위법하게 침해당한 사람은 손해배상 또는 명예회복을 위한 처분을 구할 수 있는 이외에 인격권으로서의 명예권에 기초해 가해자에 대해 현재 이뤄지고 있는 침해행위를 배제하거나 장래에 생길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침해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도 있다. 기사 삭제 청구권은 이러한 금지 청구권의 일환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판례는,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서 기사 삭제 청구의 당부를 판단할 때는 그 표현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 아닌 기사로 인해 현재 원고의 명예가 중대하고 현저하게 침해받고 있는 상태에 있는지를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이라는 두 가치를 비교·형량하면서 판단하면 된다고 한다. 이 경우 피고 측에서 그 기사가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러한 믿음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등의 항변을 하더라도, 그런 사정은 기사 삭제 청구권을 저지하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런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확정 판결을 받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되고 그 과정에서 겪는 경제적·심리적인 압박이 심대하므로, 언론 기사로 인해 명예를 훼손당한 피해자는 곧바로 법원에 소를 제기하기보다는 우선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또는 반론보도를 청구해 신속하게 피해 구제를 도모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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