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회복 "공동체에서 답을 찾다"] 15.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 서울 마을 공동체 활동 모습.
박원순 시장 '공동체론(論)' 바탕 종합 프로세서 역할
커뮤니티 구성부터 지역 활동가 등 연계 현실화 지원
예비선정·현장심사 등 꼼꼼 '사회적 자본 형성=실적'
 
어느 순간 '마을'이 대세가 됐다. 그냥 마을이 아니다. 생활의 필요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이웃들과의 관계망이다. 눈에 보일 리 만무하다. 그래도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공동체라는 말에 더불어 고개를 끄덕인다. 거기에는 무슨 물질적 이유가 있는 것도, 그렇다고 뭔가 나아질 거라는 확신도 없다. 그저 지금보다 더 살기 어려웠던 시절, 사람들을 살게 했던 '정(情)'이 끝 모를 방황을 멈추고 돌아와 자리 잡고 앉은 것이 전부다.
 
'정' 결핍 대체 '마을 만들기' 대세
 
있으면 있는 대로 나누고, 없으면 없는 대로 보태고. 사람이 산다는 것은 원래 이런 맛이었다.
 
너무나 평범했던 일들은 경제규모가 커지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며 살아가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살아지기 시작했다. 농촌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도시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몰리면서 '정'을 잃어갔다.
 
대도시일수록 메말라갔다. 마을의 개념은 순식간에 행정적 업무를 처리하는 지도 위 굵은 선 단위로 딱딱해졌다. 당장 내일 집을 나가야 할지도 모를 상황에 옆집에 누가 사는지는 삶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 행여 주변에 잘못 관심을 보였다가는 이내 의심의 눈초리가 돌아오고 간신히 유지됐던 인간관계마저 끊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은 이런 가운데 저절로 만들어졌다. '사람'이 필요한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일을 한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작업에 소통과 '십시일반'은 기본이다. 누군가는 시간을 내고, 시간이 어려운 누구는 적지만 자금을 보탠다. 선뜻 공간을 내놓은 누구를 위해 몇몇은 발로 뛴다. 그렇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이 든든한 마을이 만들어진다. 물론 철학 부재와 일방통행식,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으로 아까운 혈세를 낭비하며 변죽만 울리고 있는 부작용도 있다.
 
그런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문을 연 것이 '마을만들기 지원센터'다. 2005년 광주 북구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만들어진 이후 2008년 강원도 강릉시와 경기도 안산시에 시 단위 지원센터가 생겼다. 전라북도는 2009년 전북마을만들기 협력센터에 이어 2010년 완주군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2012년 정읍시와 진안군에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가 만들어지는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유기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내부
힘들고 귀찮아도 해볼만 하다
 
▲ 공동체 지원사업 정보를 한곳에 모은 온라인플랫폼.
현재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는 지난 2012년 도시 변화의 구심점으로 출발했다. 잘 알려진 대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동체론에 맞춰 다소 생소한 분야인 '공동체 전문가'들이 힘을 보탰다. 서울에서 '마을' 그림을 그리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행정구역은 물론이고 아파트단지 마저도 마을로 묶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수원 마을르네상스 운동이 매년 공모를 통해 주민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을 심사하는 형태라면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은 초기 주제별로 16가지 사업을 모델로 제시하고 참여 신청을 받았다. 사업 현실화를 위한 지역 활동가를 안내하고 해당 부서와 제출 서류 작성 등을 도와주는 프로세서 역할을 자처했다. 1단계에서 커뮤니티 형성을 지원하고 다음 단계에 마을구성을 돕는 형태다. 예비선정 단계를 두는가 하면 현장심사에 참여 주민들이 직접 참가해 심사를 하도록 하는가 하면 보조사업자 간담회나 교육을 수시로 진행해 참여도에 따라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반응은 두 가지다. '고작 이 정도 지원을 받으려고 내가 이 고생을 해야 하냐'와 '힘들고 귀찮기는 하지만 해볼만하다'. 전자는 어떤 투자를 하더라도 결실을 맺기 어렵지만 후자의 경우는 이르면 최대 3년의 투자 기간 동안, 늦어도 그 이후 바로 '마을'을 잉태한다.
 
마을만들기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서울 모든 지역에 각각의 '마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같은 목적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유쾌하고 효율적으로 뜻을 이루게 돕는다는 취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새로 만들어진 마을 수가 아니라 정착될 수 있게 사회적 자본을 연결한 횟수가 곧 실적인 셈이다.
 
마을 하나를 만들기 위해 인큐베이터 성격의 전문가가 투입되고 필수교육에서부터 마을조사, 의제조사, 팀 워크숍 등을 진행한다. 마을경영 멘토까지 배치되는데 줄잡아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신청서 제출은 그 다음 순서다. 그렇게 귀찮은 일인데도 주민들의 관심은 의외로 뜨겁다. 지난해 957건이던 공모사업 신청건수는 올해 1524건으로 늘었다. 고 미 기자
 
인터뷰 / 서진아 서울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사무국장
 
"나도 뭔가 할 수 있구나, 우리 생각이 주변을 행복하게 하는구나를 알게 하는 것이 우리 일이죠"
 
서진아 서울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사람'을 강조했다. 센터 인원은 정규직 26명과 인턴·계약직을 포함해 50명 정도다. 이중 일부는 전화 상담 인원이다. 한해 예산 22억원 중 인건비를 제외하고 나면 자체 사업비 용도로 10억원 정도 남는다. 별도의 사업을 꾸리기보다는 우리마을 프로젝트 형태의 선모델을 만들어 확산하는데 주력한다.
 
센터를 만들기 위해 '마을 활동'을 했던 지역 활동가 150명의 의견을 들었지만 하나의 모델을 찾기가 어려웠다.
 
서 사무국장은 "지역이나 사람들마다 요구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다 보니 어떤 기준을 정한다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대신 생각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을 어드바이스 하는 것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 아직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 보니 자치단체 부서간 칸막이를 없애고 중간 지원 조직을 구축하는 데 손이 많이 간다.
 
서 사무국장은 "가능한 많이 듣고 모임이나 교육으로 귀찮게 하는 것으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며 "마을공동체 몇 개가 만들어진 것보다는 잘 정착됐다는 평가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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