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텃밭, 물풀이 사라진다
◈하도조간대·빌레못·너븐드르못(구좌읍 하도리)②

 구좌읍 하도리 조간대의 중심에 ‘난도리여’가 있다.하도리 굴동에 자리잡은 난도리여는 문주란 자생지로 소문난 곳이며 천연기념물 182-3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문주란 꽃은 대개 7∼8월에 핀다.이 시기의 난도린여는 하얗게 핀 문주란 꽃 때문에 그 자태가 마치 흰 토끼를 닮아 흔히 ‘토끼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풍광이 뛰어나고 물이 깊지않아 썰물때면 걸어서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마침 멀리 가마우지 형제들이 눈에 들어왔다.가마우지 역시 제주에서 월동하는 대표적인 겨울철새.어디선가 물고 온 숭어 한 마리를 놓고 가마우지 형제끼리 먹이 쟁탈전이 벌어졌다.

 먹이감이 비교적 풍부한 하도리도 겨울에는 어쩔수 없는가 보다.

 한바탕 씨름을 하고 난 뒤 가마우지 형제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볕에 깃을 말리며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이 평온한 바다는 해안도로 개설이후 생태계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게 모래의 이상 이동현상.도로개설 과정에서 해안방어 기능을 갖고 있는 모래언덕이 훼손됨에 따라 모래 교환이 차단됐고 백사장 모래는 계속 씻겨 내려가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모래언덕 훼손은 결국 해안시스템에서 상생과 순환의 원리를 깨트리고 있는 셈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와 관련 “무분별한 해안도로 개발을 중단할 것과 기존 모래언덕에 대한 복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침식현상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보전이란 미명하에 오히려 훼손을 부추기는 곳도 적지 않다.하도리의 빌레못도 그중 하나.못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바닥의 뻘을 걷어내고 수초를 제거함으로써 오히려 생명의 텃밭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물풀은 최소한의 물과 흙만 있으면 살아가는 수중식물이다.

 물속에 뿌리를 박고 물에 기대어 사는 수초는 건강한 수중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생명선이기도 하다.

 물풀은 그 어느 생명보다도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물풀은 그러나 물을 정화하고 수중 동·식물의 산란처와 보금자리가 된다.물에서 받은 것보다 다 많은 것을 돌려 준다.따라서 물풀이 사라지면 생명체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도리 동동에 자리잡은 빌레못은 넓이가 50평방m가량되며 반달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마을 안길 확장과 함께 예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이곳에는 버드나무와 팽나무 수련 등이 있다.인공 못이며 한때 우마급수장으로 활용됐던 이 못은 정비작업과 함께 물풀이 제거되고 이후 관리소홀으로 인한 하수유입 때문에 오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서동에 자리잡은 너븐드르못은 크기가 500평방m규모.바닥은 주로 암반이며 움푹 패인 지형에 빗물이 고여 이뤄진 자연 못이다.

 이곳에는 마디풀과의 역귀를 비롯 쇠비름,명아주,토끼풀,수련,개망초,참방동사니 등이 있고 인적이 드문 탓에 흰뺨검둥오리·백로 등이 가끔 찾아온다.

 마을사람들이 음용수로 활용했던 우물은 70년대 새마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매립됐다. <취재=좌승훈·좌용철 기자·사진=김영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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