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 소설가 그림책
'테우리 할아버지'나와
정용성 작가 그림 작업

   
 
  ▲ 그림책 '테우리 할아버지'  
 
제주 4·3에 천착해 온 현기영 소설가의 단편 소설 '마지막 테우리'(1944)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테우리 할아버지」로 돌아왔다.
 
4·3을 폄훼하고 왜곡한 역사교과서가 채택되는 현실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제주4·3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다.
 
이야기는 한라산 오름에 있는 평화로운 목장의 풍경에서 출발한다. 홀로 조그만 움막에 살며 마을 사람들의 소를 키워주며 살고 있는 테우리 할아버지는 겨울이 왔는데도 암소와 송아지를 데리고 가지않는 친구를 기다린다. 평소에도 아파서 드러눕기 일쑤인 친구를 걱정하던 할아버지는 불현 듯 오래전 자신들이 겪었던 일을 떠올린다.
 
제주4·3당시 군인들은 총을 쏘며 마을을 불태웠고, 많은 사람들은 살아 남으려고 산으로 올라가 몸을 숨겨야 했다. 할아버지의 친구 역시 그때 몸을 다쳤다. 옛일을 생각하며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깬 할아버지는 친구의 암소와 송아지가 사라지고 없는 것을 발견하고 친구의 집으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과거의 일과 다시 한 번 마주하게 된다.
 
비극의 역사를 이야기 한다지만 무거워서는 안되는 '그림'책을 위해 제주 정용성 작가는 바람을 태운 붓질로 감성을 자극한다. 4·3예술화를 주도한 탐라미술인협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섬 안 아름다운 풍광 이면에 숨겨진 아픈 역사를 어떻게 전달할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삽화에 담았다.
 
어린 손자에게 4·3에 대해 들려주겠다는 현 작가의 마음은 본문에 미처 이야기하지 못한 4·3의 역사적 배경과 전말이 실린 책의 말미에서도 확인된다.
 
현기영 소설가는 "어릴 때부터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면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을 당하는 그런 일들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아이와 더불어 부모가 함께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현북스·1만2000원. 고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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