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매화가 만발한 전남 광양의 청매실농원. 입구에는 전에 볼 수 없던 무인기기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를 자동 파악하는 무인계수기다.
 
청매실농원을 찾는 관광객은 얼마나 될까. 꽃축제 때는 15㎞ 떨어진 하동IC까지 주차장이 될 정도로 봄에만 50만∼100만명이 찾는다고 알려져 있다. 무료 관광지라 관광객 집계를 하지 않는데도 이런 엄청난 수치가 나온 건 어림짐작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주 광양시가 이곳에 설치한 무인계수기를 통해 관광객의 숫자를 파악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를 겨냥한 치적 홍보용 관광객 실적 부풀리기에 제동이 걸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통계청이 통계 품질을 높이기 위해 사무 개선을 요구함에 따라 지난달 15일부터 '검증된 통계'만 공식 인정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기초단체가 무인계수기나 CCTV 등으로 집계한 주요 관광지의 입장객 수를 월 단위로 입력하면 광역지자체가 1차로 검수하고 문체부가 최종 승인한다. 주먹구구로 발표되던 지역 관광객 수치가 첨단 기계로 검증되기는 문체부가 1974년 '관광객 이동 현황'을 발표한 이래 40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전국 지자체들에선 무인계수기 설치 바람이 불고 있다. 전남도에는 광양 3대, 여수 2대 등이 설치됐고 순차적으로 연내 26곳에 무인계수기를 설치키로 했다. 전국적으로는 인기 관광지 884곳이 설치를 완료했다.
 
정부가 검증된 통계만 인정키로 한 것은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뻥튀기 관행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권태일 연구원은 "무료 관광지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광역지자체가 목측(目測) 등으로 집계한 관광객 수를 통보하면 이를 검증 없이 공표해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심원섭 목포대 교수는 "지자체의 관광객 숫자가 많을수록 정부 지원사업을 받는 데 유리하다"면서 "단체장들이 선거 등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숫자를 늘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용대 지역축제발전연구소장은 "지역축제의 경우 5배에서 10배까지 뻥튀기하는 지자체도 있다"며 "방문객 숫자를 부풀릴 경우 축제 방문객 안전을 위해 가입하는 배상책임보험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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