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는 27일 사의를 표시했지만 정작 자신이 본부장으로 있던 범정부사고대책본부의 향후 가동방침은 밝히지 않았다. 정 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임하고 있을 때도 '말발'이 먹히지 않았고, 때문에 '중구난방'이라는 지적까지 들었던 세월호 침몰 사고 대책 본부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사표 수리를 사고수습 이후로 미룸에 따라 정 총리의 사의 표시가 실제로는 '백의종군' 차원의 제스처이고,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들을 독려하는 반전의 계기를 꾀한 것이라는 엇갈린 해석도 나온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총리는 사표가 공식적으로 수리될 때까지 정상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진행될 국무회의와 국가정책조정회의 등에도 정상적으로 참석한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사의 표명 이후에도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며 대책 마련에 끝까지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 총리 스스로가 기자회견에서 '사고 전 예방, 사고 후 대응 및 수습과정'에서 "일 처리를 제대로 못했다"고 인정한 것이 직접적인 사퇴의 배경인 만큼 그의 지시가 현장에서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다. 힘을 발위하지 못했던 정 총리가 '식물 총리'까지 된다면 가뜩이나 의심받던 범정부사고대책본부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재난 사고의 특성상 많은 문제가 여러 현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데도 불구하고, 정 총리가 각 부처에 들어선 개별 본부들의 의견을 총괄해 관리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총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 총리는 지난 18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를 꾸리고 본부장을 맡았지만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런 난맥상은 현재의 재난구조 체계상 예견돼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사고 당일 안전행정부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해양수산부에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각각 꾸려졌다. 법 체계에 따라 대규모 재난인 세월호 침몰 사고 대책은 안행부 장관이 총괄하는 것이 맞음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이주영 해수부 장관이 총괄을 맡는 등 촌극을 빚고 있다.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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