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가격 폭락!폭락!-농가 곳곳서 "한숨"

▲ 타들어가는 농민의 가슴
“이젠 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감산정책만 잘 따르면 제 값을 받을 줄 알았는데.....”
북제주군 애월읍에서 20년동안 감귤농사에 매달려온 김모씨(52).

그는 노지감귤 가격이 폭락세를 거듭하자 새벽이면 어김없이 나가던 선과장 출입을 며칠째 중단했다. 자식같이 여겨온 감귤이 15kg상자당 1만원이하로 떨어진 후 시커먼 속이 더욱 타들어 감을 느낀다.

동네에서는 ‘감귤 박사’로 통할만큼 감귤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그다. 하지만 지금은 달리 손 써볼 도리가 없다.

적정량을 생산하면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만 믿고 간벌·열매솎기는 물론 산지폐기 물량까지 신청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지난해에 이은 가격 폭락.

“다섯 식구의 생계가 걱정이다. 3년전에 융자받은 영농자금의 원금 상환은 차치하고 어떻게 이자를 물어야 할지 막막하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산남지역 농가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일부는 제주도와 정부의 ‘감귤수매 안정대책’에 수긍하고 있지만 밑바닥 농심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남원읍의 오모씨(45)는 “15kg 한 상자에 1만원을 받아봤자 유통비·노임 등을 빼면 실제 만질 수 있는 돈은 1000-2000원에 불과하다”며 “다른 농사를 지을려 해도 마땅한 대체작목이 없다. ‘대학나무’로 불리던 감귤이 이젠 애물단지가 된 느낌”이라고 한탄했다.

하지만 농가들 사이에선 당국의 감귤정책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성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장모씨(34·성산읍)는 “정책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다. 농가들도 비상품감귤 유통을 막고 품질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농가의 의무는 소비자 입맛에 맞는 고품질 감귤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이태경·현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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