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섭 작가 6월10일까지 켄싱턴 갤러리서 개인전

▲ 조기섭 작 '숲'
푸름이 짙게 깔린 숲 속 은색의 나무가 눈에 띈다. 그 영롱함에 눈빛이 흔들려 그 뒤로 뻗어나간 나뭇가지들을 미처 보지 못했다. 나뭇가지 위에 폭 하니 매달려 있는 무당벌레 한 마리도.
 
겉으로 드러난 자연에 천착하다 보면 내재된 존재 대상에 대해선 무심코 지나칠 때가 많다. 자연현상은 자세히 보고 가까이 들여다 볼 때 깊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나 보다.
 
한국화 조기섭 작가가 개인전 '기억을 넘나드는 바람의 시간'을 펼치고 있다. 켄싱턴 제주 호텔 갤러리 1전시실에서 6월10일까지 이어진다.
 
스밈과 번짐이란 한국화 표현 형식에 묶이지 않고 서양화식 표현을 드러냈던 작가는 한국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무를 통해 제주 바람과 노을·시간을 표현했고, 그 사이마다 인형·말 등의 소재를 집어넣는 조 작가식 '작업 코드'는 입소문이 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번 전시엔 변화가 감지됐다. 이전 작품들에선 바람이나 변화된 자연 현상의 느낌들을 계속 쌓아가면서 움직임을 표현했다면 이번은 정적인 분위기에 추억과 향수, 환상 등을 자아낸다.
 
'꽃눈'이란 작품 역시 그렇다. 정적인 분위기 속 '가까이 와서 봐달라'는 확실한 메시지가 전해진다. 멀리서 보면 가는 나뭇가지 사이에 꽃눈이 내려앉은 듯했지만 가까이 가 보니 '무당벌레'였다는 이야기를 그저 웃고 넘길 순 없다.
 
"주객의 타당성 있는 설정에 의한 관계다. 작품 화면에 그들간의 조화가 돋보인다. 서로 다르지만 공존해야만 살 수 있는 그런 조화인 것이다"는 천석필 이랜드문화재단 학예실장의 설명에 공감이 간다. 문의=735-8900. 고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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