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지금부터 17년 전의 옛일이지만 새로 나온 자동차를 구입해 인도받은 후 운행을 하던 중 한라산 횡단도로 한 가운데에서 엔진이 멈추어 버려서 곤욕을 치른 일이 있다. 꺼져버린 엔진에 다시 시동을 걸어서 어찌어찌 목적지까지 가긴 했지만, 그 후에도 운행 도중 불시에 시동이 꺼져버리는 바람에 식은땀을 흘리는 일이 수시로 벌어졌다. 정비업소에 의뢰를 했지만 그 원인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다가 수차례 의뢰해 정밀조사를 한 끝에 비로소 기전이 밝혀졌다. 차량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그곳으로 들어간 빗물이 밑으로 흘러 엔진룸을 침수시키는 바람에 엔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멈추어 버리곤 했던 것이다.

인도받은지 한달도 되지 않은 새차에 땜질을 하고 엔진을 손보는 수리를 맡긴 참담한 심정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때만 해도 국내 자동차 업계가 공급을 독점하던 시절이라, 내국인 소비자를 우습게 보는 그들의 위세는 그 무엇도 대항하지 못할 만큼 컸다. 이런 상황에서 새차로 교환해 달라는 것은 언감생심이었고, 그렇다고 소송까지 하면서 장시간 다툼을 벌이기도 싫어서 속만 썩이고 말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차량 매수인은 공급자인 회사를 상대로 하자 없는 새차로 교환해 달라는 청구를 할 수 있을까.

이러한 경우 차량 매수인은 그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는 것을 입증하면 하자 없는 새차로 교환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즉 완전물 급부 청구권이 있다. 다만 계기판의 속도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등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치유될 수 있는 하자가 있는 데 불과한 경우에는 완전물 급부의 이행으로 인해 매도인에게 미치는 불이익의 정도가 너무 커서 공평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손해배상 청구만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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