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와 도전의 더 큰 제주 / 지방자치 미래를 말한다] 1. 격동의 지방자치

▲ 1952년 5월10일 최초의 광역의회 선거를 통해 선출된 20명의 지방의회 의원들이 5월20일 섯 의사당인 세계고무공업주식회사 창고에서 초대 제주도의회 개원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60년 사진집
1952년 5월20일 한국전쟁 포화속 초대 도의회 개원
5·16쿠데타로 해산…95년 본격 부활·특별도 출범

제주 역사와 함께해온 지방자치. 제주의 지방자치는 영욕과 격동의 세월속에 제주발전의 동력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지역사회 분열이라는 오명도 썼다. 올해 지방자치 부활 20주년을 맞아 지방자치사를 진단하면서 제주 미래와 도민 행복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지방자치시대 개막
풀뿌리 민주주의로 일컫는 지방자치는 한국전쟁의 포화속에서 씨앗을 심었다. 1952년 5월10일 최초로 광역의회 의회선거가 실시돼 5월20일 초대 제주도의회가 개원했다. 당시 북제주군 의원 13명, 남제주군 의원 7명 등 20명이 제주 지방자치의 문을 열었다.

이어 1960년 12월29일 도민들은 임명제에서 선출직으로 바뀐 도지사,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했으나 1961년 5·16 쿠데타로 제주도의회는 해산되는 운명을 맞는다. 26년후인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으로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고 1991년 4월 초대 시·군의회, 같은해 7월 제4대 제주도의회가 개원했다. 

1995년 6월 27일 기초·광역 지방의회는 물론 도지사와 시장·군수 등 4개의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해 새로운 지방자치시대를 열었다. 

이후 4년에 한번꼴로 치러진 선거를 통해 지방정부의 행정·입법부를 구성하며 지방정치와 민주주의 발전을 견인해왔다. 하지만 선거 전쟁은 '승자 독식주의'행태로, 지역사회를 분열시키고 지방재정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받고 있다.
 
▲ 2006년 7월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제주지방자치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사진은 출범식 모습.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특히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탄생, 제주 지방자치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2005년 7월27일 전국 최초로 실시된 계층구조 개편 주민투표로 4개 시·군의 자치권이 폐지되고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특별자치도가 도민의 기대속에 출범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고도의 자치권과 함께 지역의 여건과 특성에 부합되는 특례를 인정, 자율적인 정책결정과 스스로의 책임 아래 지역경영을 해나가도록 한다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설치됐다. 

제주도를 지방분권의 시범도로 삼아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제도적 발전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선진적 지방분권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또 제주도 지역발전전략의 수립 및 집행에 대한 권한과 자율성을 획기적으로 확대·강화함으로써 국제자유도시 조성사업을 활성화시켜 국가의 개발거점으로 삼기 위한 목적도 담고 있다. 

이렇게 출범한 특별자치도에는 현재까지 3839건의 중앙정부 권한이 이양, 각종 규제 완화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특별자치도의 법적 지위, 고도의 자치권 보장, 권한이양 규정의 한계 등 특별자치도의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실정이다. 

또 정부의 지원 미흡, 제주사회의 역랑 부족 등으로 한계를 노출해 특별자치도 발전 과제들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결정한다'구호로 부활한 지방자치. 주민을 정책 결정의 주체로 인식하면서 부정적인 병폐를 걷어내고 특별자치도 완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한국 지방자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부만근 전 제주대 총장

△지방자치 부활 20년을 맞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 출범은 도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주었다. 민선시대의 성과와 문제점은.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중앙의 획일적 개발전략에서 벗어나 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이 중심이 돼 지역이 가진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역문제를 진단하고 경쟁적으로 지역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으며 지역여건에 특화산업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지역주민들의 욕구에 맞는 재화와 서비스의 탄력적 배분이 가능하게 됐고 지역의 고유성과 개성에 바탕을 둔 지방문화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고조시켜 자기지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실시로 자치단체장을 다음 선거를 의식해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올리기 위해 무분별한 개발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난개발과 함께 지역환경이 크게 파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각종 개발사업 추진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해관계의 가치의 차이에 따른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는 한편 지역(집단)간의 과당 경쟁으로 인한 지역(집단) 이기주의 성향이 크게 나타나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있다.

△제주 지방자치사의 전환점이라면 2006년 7월의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꼽을 수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의 의미는.

-제주특별자치도는 일반 시·도와는 달리 고도의 자치권과 함께 지역의 여건과 특성에 부합되는 특례를 인정해 자율적인 정책결정과 스스로의 책임 아래 지역경영을 해 나가도록 한다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설치됐다. 특별자치도 설치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는 제주도를 지방분권의 시범도로 삼아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제도적 발전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선진적 지방분권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고, 둘째는 제주도 지역발전전략의 수립 및 집행에 대한 권한과 자율성을 획기적으로 확대·강화함으로써 국제자유도시 조성사업을 활성화시켜 국가의 개발거점으로 삼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출범한 특별자치도에는 현재까지 3839건의 중앙정부 권한이 이양되고 규제가 적지 않게 완화됨으로써 가시적 성과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도 특별자치도의 법적 지위, 고도의 자치권 보장, 권한이양 규정의 한계 등 특별자치도의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 9년을 맞고 있다. 하지만 도민들의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해 정부와 제주도, 도의회의 역할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전국 차원의 형평성'이라는 정치 논리에서 탈피해 제주차지도의 핵심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하는 한편 제주차지도의 특수성과 독자성을 잃지 않도록 중앙통제를 최소화 해야한다.

또 제주지역에서 징수되는 국세의 제주도 이양, 권한이양에 소요되는 비용의 국가 전액 지원, 보통교부세의 법정률 상향 조정 등 재정적 특계를 인정해야 한다.

한편 제주자치도 차원에서는 사회의 각 계층을 망라하는 분야별 협력적 거버넌스(협치)를 구축해 도민들의 집약된 의사를 정책과 사업에 제대로 반영해야 하며, 역외세원 등 세외수입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등 자주재정권을 강화해야 한다.

또 각종 사회갈등을 합리적으로 관리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도민들의 발전적 에너지를 결속시켜야 한다.

한편 제주도의회는 위와 같은 집행기관의 행정수행을 감시·독려하며 정책을 결정하는 견제와 협력이라는 고유한 역할뿐만 아니라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중립적 입장에서 조정하는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

△지방자치가 '우리의 삶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구호로 출범했으나 주민들의 참여는 활성화되지 않은 것 같다.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주민들의 역할 및 적극적 참여방안은.

-지방자치는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의 책임과 결정으로 풀어간다는 자기 결정성의 원리에 입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 발전을 위해서는 주민들이 자치행정에 대한 참여자, 협력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참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참여지향적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주민들은 지방자치가 토론과 타협에 의해서 운영되는 정치제도라는 인식, 지역사회를 아끼고 발전시키겠다는 지역정향의식, 이해관계를 주장함에 있어 배타주의에 빠지지 않는 자기 억제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 지방정부의 힘만으로는 주민들의 다양한 행정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주민들은 사회복지, 치안, 소방, 환경관리 등에서 정부와 협력해 공공서비스를 공동 생산하는 협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한편 주민참여를 통한 정책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행정이 주민을 동반자로 인식하고 관련정보의 구체적 제공과 함께 대표성 있는 주민들을 다수 참여시킬 수 있는 통로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강승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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