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창곤 변호사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케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를 넘어서 그들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하고,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돈을 빌리면서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장래에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내용의 대물변제예약에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문제가 된다.

실제 사안에서 '피고인 갑은 을에게 차용금 3억원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어머니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유증상속분을 대물변제하기로 약정하였고, 그 후 갑은 유증을 원인으로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음에도 이를 누나에게 매도함으로써 이 사건 부동산의 실제 재산상 가치인 1억85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을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종래 대법원은 이 같은 채권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으나 이 사건에서 그 입장을 바꿔 피고인 갑이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채권자 을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의무는 민사상의 채무에 불과할 뿐 타인의 사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해 무죄의 취지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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