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와 같은 조사실… 해명자료 많이 준비 안해

▲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성완종 리스트 의혹과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도착한 뒤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인사 중 두 번째로 14일 검찰에 출석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침착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를 견지하며 조사에 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이날 오전 9시 59분께 서울고검 12층에 마련된 조사실(1208호)에 도착했다. 엿새 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소환조사를 받았던 그곳이다.
 
그는 검찰 특별수사팀장인 문무일 검사장과 커피를 마시며 조사 배경·절차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오전 10시 16분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검찰 측에서는 주영환 부장검사가 신문을 맡았고 부부장검사, 참여계장이 한명씩 배석했다. 이 전 총리측에서는 김종필 변호사가 입회했다.
 
주 부장검사는 2003년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 사건, 2011년 저축은행 비리 등 굵직굵직한 수사에 참여한 특수통이다. 속전속결식 수사로 정평이 난 문 검사장과도 궁합이 잘 맞다는 게 검찰 내부의 평가다.
 
이 전 총리는 재보궐 선거 때인 2013년 4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3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을 통해 성 전 회장과의 독대를 증언한 사람들을 회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며 비교적 자세하게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스스로 많은 말씀 하실 수 있도록 충분히 기회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본인 얘기를 많이 들어야 진술의 신빙성이나 객관적인 자료와의 합치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전 총리는 다만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자료는 그다지 많이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는 오전 조사를 마친 뒤 낮 12시 30분부터 13층 대기실에서 1시간가량 김 변호사와 함께 점심을 했다. 홍 지사도 이곳에서 보좌진 및 변호인과 함께 따로 식사를 한 바 있다.
 
이 전 총리는 점심 메뉴로 설렁탕 종류를 원했으나 배달이 여의치 않아 찌개류 도시락으로 대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변호인과 점심을 하며 오전 조사 과정을 되돌아보고 후속 조사에 대비한 전략을 숙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에 대한 조사는 오후 1시 45분께 속개됐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종료 시간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조사를 위해) 준비한 것들이 꽤 있다"며 장시간의 '마라톤 조사'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이 전 총리에 대한 조사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사법처리 방향과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르면 다음 주 중 홍 지사와 함께 일괄 불구속 기소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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