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창의와 도전으로 더 큰 제주 지방자치 미래를 말한다 5. 자치권 확대와 과제

▲ 1961년 5·16쿠데타로 중단됐던 지방자치가 1980년대 민주화 항쟁으로 부활했다. 이에 따라 1991년 제주도의회가 개원하고 1995년 제주도지사 등을 선출하는 첫 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면서 제주도의 자치권이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사진은 1995년 6월27일 동시지방선거 당일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장에 줄을 선 모습.
1995년 지방자치 부활 중앙정부 주도정책 본격 탈피 
도민의견 반영 도지사 권한 아래 종합개발계획 수립
고도의 자치권 특별도 탄생…도민 역량강화 등 절실

제주도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정부의 정책에 재원에 의존하는 구조였다. 1949년 지방자치법 시행으로 자주행정권과 자주재정권, 제한적인 자주입법권이 부여되기는 했지만 4·3사건과 한국전쟁, 5·16쿠데타 등으로 자치권 행사에 한계를 보였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지방자치제가 부활, 도의회가 구성되고 도지사 직선제가 실시되면서 행정기구와 제도가 자치행정 수행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했다. 특히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 많은 정부의 권한을 이양 받게 됐다. 하지만 이양된 권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도민사회의 역량 부족과 정부의 소극적인 재정 지원 등으로 특별자치도 추진에 한계를 보이게 됐다.

 

△실질적인 자치권 행사

제주도가 정부 주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자치권을 행사한 것은 1990년대 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다. 1991년 도의회가 선거를 통해 개원하고 1995년 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제주도지사를 선출하게 되면서 민주성이 중요시됐다.

이에 따라 행정기구와 제도가 자치행정 수행에 적합한 형태로 정비되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행정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품질경영기법이 도입되고 도민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자율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규제들이 완화됐다.

특히 1991년 제정된 제주도개발특별법을 근거로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이 수립됐다. 이 계획은 종전 중앙정부에 의해 하향식으로 수립된 것과 달리 제주도지사의 권한과 책임아래 도민들의 욕구를 반영한 계획이라는 점에서 특징이다.

또 1994년 제주도자연환경보전기본계획이 수립되고 1998년 제주도환경기본조례가 제정되는 등 환경관리정책의 기틀을 다지게 됐다.

이와 함께 1992년 전국 최초로 지하수의 굴착·이용에 관한 허가제와 지하수 영향평가제가 시행되는 등 지하수의 공적 관리체제가 도입됐고, 1995년에는 관광복권을 발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1997년에는 제주삼다수 생산을 위한 먹는샘물 공장이 건립, 자주재원 확충을 위한 경영수익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이밖에도 도로개발 촉진을 위한 해외차관 도입, 제주형 사회복지시책 등이 시행됐다.

△국제자유도시 기반 구축

제주도는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국제자유도시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제정되고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이 수립되면서 제주도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제도개선과 투자환경 조성, 선도 프로젝트 등을 본격 추진했다.

사람과 상품,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기업활동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완화 및 국가적 지원특례가 실시되는 지역단위로서의 지위를 갖게 된 것이다.

이어 제주도는 2004년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지역화를 위해 제주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통한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를 도모했다.

2005년에는 제주도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됐다. 이에 제주도는 평화실천사업으로 국제기구 유치, 평화연구원 설립 등 다양한 평화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앞서 2003년에는 금기의 역사로 불리는 제주4·3 진상보고서도 발간됐다. 4·3진상규명은 1987년 민주화 운동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고, 1990년대 지방자치 부활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 지난 2013년 7월5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서울 청사에서 제21차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국제자유도시 성과 도출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 권한이양 특별도 출범

제주도는 2006년 7월1일 4개 시·군체제가 폐지되고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고도의 자치권을 갖추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을 통해 정부 권한이 단계적으로 이양됐다.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이 추진됐지만 제주도의 권한과 자율성이 취약한데다, 정부의 행·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1∼4단계 제도개선을 통해 지금까지 3839건의 중앙 권한과 사무 이양, 각종 규제 완화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게 됐다. 독립된 지위를 가지는 감사위원회와 노동위원회를 두게 되고, 법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제주특별법에 따라 조례로 위임되면서 자치입법권이 확대됐다.

또 제주특별자치도세가 신설되고 세율조정권이 부여되는가 하면 도의회 기능도 의원정수 증원과 정책자문위원제 신설 등으로 강화됐다.

이밖에도 주민의 안전과 교통·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자치경찰제 등이 도입됐다.

하지만 5단계 제도개선 과제를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고 정부 권한 이양으로 소요되는 재원도 지원되지 않고 있다. 관광객 부가가치세 환급제 등의 경우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논리를 내세우며 정부가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제주도가 정부로부터 이양된 권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권한을 활용하기 위한 제주도의 역량 강화와 함께 권한 이양에 따른 정부의 재정 지원 등이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김경필 기자

 

"중앙 권한 이양에 집착하기 보다는 그동안 이관된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특별자치도 '선발효과'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양영철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전 한국지방자치학회장)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후 조직·인사에 대한 포괄적 권한은 정원·직급 등 일부 제약이 있지만 타 지자체보다 자율권이 보장됐다"며 "재정분야 역시 세율 조정권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차례에 걸친 제도개선을 통해 3900여개에 달하는 중앙권한이 특별자치도로 이관됐지만 어느 정도가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이번 5단계 제도개선을 위해 5년 넘게 노력했지만 이관될 권한이 40여개에 불과하고, 국세 이관·과실 송금 등 주요 쟁점사항은 또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이제는 권한 이관에 주력하기보다는 이관된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이를 통해 특별자치도의 추진효과를 극대화하고 도민 체감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방대한 국가사무가 제주도로 이관된 만큼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제주도 자체의 책임과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타 지자체와 차별화되는 개혁을 시도, 중앙정부·국회에서 일고 있는 '특별자치도 무용론'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 교수는 "제주특별자치도는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뒷받침하는 행정체제 구축과 전국으로 자치권을 확대하는데 앞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제주만을 특별히 대우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선점효과를 충분히 살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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