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강경파 설득하며 劉 향해 '출구 명분 찾으라' 메시지
'경착륙' 보다 '연착륙' 해법으로 사태해결 모색

국회법 거부권 정국의 한복판에 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놓고 계파가 정면충돌하면서 김무성 대표의 선택에 온통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립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사이에서 정치적으로 선택을 해야 하는 운명과 맞닥뜨린 양상이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하며 국회법안 재의 포기 당론과 유 원내대표 재신임을 주도했으나,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완강한 자세로 중재역의 입지도 좁아지는 형국이다.
 
 
상황의 변화에 따라 김 대표는 '2인3각'으로 당을 이끌어오던 유 원내대표를 보호하던 자세에서 물러나, 유 원내대표의 손을 놓는 쪽으로 한발짝씩 이동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가 29일 오후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한 긴급 최고위원회 후 브리핑에서 가장 힘주어 말한 대목은 "당 대표로서 어떠한 경우라도 당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부분이다. 이를 자신의 "의무"라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파국을 막는다는 것은 명백히 사퇴를 요구하는 것으로서 오늘 최고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유 원내대표가 절대 못나간다고 버틴 게 아니라 생각해 보겠다고 했으니 그 정도의 시간을 주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가 우회적으로 유 원내대표에게 자진사퇴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친박계의 맏형격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김 대표가 '사퇴 불가피론'으로 기울었다는 취지로 회의 내용을 전했다. 
 
김 대표는 서 최고위원의 언급에 대해 "최고위에서 있었던 말은 일체 말 안 하기로 했다"며 진위 확인을 피했다. 
 
김 대표는 "사퇴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유 원내대표가 명예로운 퇴진을 하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명분을 찾는 시간을 줘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를 감싸던 김 대표가 이 같은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권력의 생리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인사들의 분석이다.
 
김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내무부 차관까지 지내며 30년 넘는 정치 경험으로 대통령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전날 일부 기자들과 만나 "대다수 의원의 의견은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가 싸웠을 때 유 원내대표가 이길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인식 때문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면서 유 원내대표가 완강하게 버틸 경우 당·청관계는 파탄이 나고, 국정이 불안해져 내년 총선까지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파국 저지론'의 배경이다.  
 
다만 유 원내대표가 '배신자'라는 오명을 쓰고 불명예 퇴진하게 둘 수는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게다가 권력의 힘과 친박계의 '압박'으로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모양새로 귀결될 경우 당내 비박계의 반발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당의 불안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든 청와대와 강경한 친박계를 설득함으로써 유 원내대표가 스스로 용단을 내릴 시간을 벌어주는 '바람막이'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 원내대표가 종국에는 물러나더라도 '경착륙'의 방식이 아니라 '연착륙'의 방식으로 문제가 풀려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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