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은 24일 `보도 제813호"를 발표, 제6차 남북장관급회담이 결렬된 것은 남측 수석대표인 홍순영(洪淳瑛) 통일부장관의 반북대결 태도 때문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조평통 서기국이 이처럼 남측 수석대표인 홍 장관을 집중 비난하는 것은 앞으로 진행될 회담에서 전술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나 6차 회담 결렬에 대한책임 소재도 가려보자는 뜻으로 보여 주목된다.

조평통은 보도문에서 "제6차 북남상급회담에서 누가 성의를 보이고 누가 무성의한 태도를 취하였는가, 누가 회담의 결실을 바라고 누가 회담의 결렬을 바랐는가 하는 것을 다시금 까밝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힌 것이 그것이다.

이는 6차 회담 결렬에 대해 남측 당국이나 언론이 지나치게 `북측의 잘못"만을 부각시킨데 대한 섭섭함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측은 홍 장관이 회담 결렬 후 보인 행동과 발언을 지적하며 격렬한 언사로 비난함으로써 홍 장관 개인에 대한 불쾌감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홍 장관이 22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관료출신 의원모임인 한백회와 상록회초청 간담회에서 한 발언에 대해 "흑백을 전도하는 애당초 말도 되지 않는 히떠운 소리를 늘어놓았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홍 장관은 당시 간담회에서 제6차 회담 결렬의 원인을 설명하며 "북한이 회담내내 강경한 태도로 나와 아예 회담을 하지 않으려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우리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미국이 강경기조를 펴니까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해 강경기조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북측이 남측과의 회담에서 당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자 아예 대화의 틀을 깨뜨리기 위해 고의로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말로 북측에게는 자칫 모욕적으로 들릴 수도 있었다.

홍 장관의 이런 발언은 "구체적인 일정은 잡지 못했으나 북측이 앞으로도 회담은 계속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한 것과도 상충된다.

조평통은 또 홍 장관이 여의도 간담회에서 "조만간 금강산 육로관광, 경의선 철도 복구, 임진강 홍수조절 문제 등 대북관련 정책을 백서를 통해 국민에게 알리겠다"고 말한데 대해서도 경계심을 보였다.

"그가 이제 대북 관련 정책 백서를 내놓는다 해도 그것이 시종 책임회피와 사실을 전도하는 반북 대결 넋두리로 엮어질 것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뻔하다"는 문구가 그것이다.

결국 이날 조평통 보도는 홍 장관의 여의도 간담회 발언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앞으로 장관급회담 재개에도 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북측이 홍 장관의 언동을 문제삼아 남북회담 대표로서의 자질을 시비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 작년 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앞두고 북측이 장충식(張忠植)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월간조선 인터뷰를 이유로 장 총재와의 대좌를 거부해 결국 장 총재가 물러난 사건을 떠올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만 홍 장관에 대한 북측의 비난 강도는 당시 북측이 장 총재에게 퍼부었던 비난에 비해서는 약해 홍 장관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뜻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조평통 서기국 보도는 이날 홍 장관에게 "당국 대화를 결렬시킨 모든 책임을 지고 민족 앞에 성근히(성의껏) 사죄하는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11월30일 2차 이산가족 방문단을 이끌고 서울에 온 장재언 (張在彦)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이 장충식 총재에 대해 "죄에 죽고 올바르게 재생해야 할 것"이라고 단죄한 것과는 다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 결렬과 관련해 홍 장관 등이 계속 `북측의 잘못"만을 강조할 경우 북측의 홍 장관 또는 대남 비난 강도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

홍 장관은 회담 결렬 직후 `남북 공동의 책임"을 언급한 때로 돌아가는 것이 회담 결렬의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고 회담을 재개하는 길이라는 지적이 많다.

자칫 북측이 사과라도 요구하는 날에는 일이 더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장충식 총재 사건의 경우 남측이 장 총재 명의의 `유감 서한"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감정을 풀지 않았었다.

남북대화는 미국도 원하고 남측도 원하며 북측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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