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용두사미로 끝난 고교체제개편

제주고교체제개편 공청회가 11일 제주월컴센터에서 진행된 가운데 참석자 상당수가 실효성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용현 기자

신규 특성학과 제시없이 기존계열만 정리
고교체제개편 아닌 고교학과 조정 머물러
읍면 기숙형사립학교 설립 필요성 등 주문

학생요구에 맞는 진로진학여건을 마련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는 행복한 고교체제를 마련하겠다며 지난해말부터 진행된 '제주고교체제개편 계획안' 수립이 최근 마무리됐다. 수십년간 고정된 제주지역 고등학교의 틀을 바꾸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1년 넘게 진행됐음에도 불구 혁신적이거나 실용적인 계획은 제시되지 못했다. 결국 고교체제개편이 아닌 고교학과조정 계획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실효성 예술중점학교 의문 

고교체제개편 계획안 가운데 읍면지역 학교 육성대책과 관련해 예술교육수요를 반영한 예술중점학교 방안이 제시됐다.

도교육청은 제주시 동지역 인접 일반고 2곳을 예술중점학교로 지정한 후 음악과 미술 등 예술계열 특화반을 학교당 2학급씩 전체 4학급을 운영할 계획이다. 학급당 학생수를 20~25명으로 제한, 전체 정원을 80~100명으로 운영하게 된다.

도교육청은 예술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예술고(특목고)에 준하는 교육활동을 지원 및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진행된 제주고교체제개편 도민공청회에서는 예술중점학교의 실효성에 대해 도마에 올랐다. 

도교육청의 계획대로 예술중점학교가 운영되려면 음악중점학교의 경우 오케스트라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교사와 악기, 합주연습실도 필요하다. 또한 모든 악기마다 개별연습실도 확충돼야 하고 지도자 연구실도 마련돼야 한다.

미술중점학교 역시 회화·조소·조각·서예 등 다양한 분야별로 전문교사와 작업실 등이 필요하다.

김광수 교육의원은 "비용측면에서 보면 예술중점학교 운영이 예술전문고교 신설과 크게 차이나지 않을 정도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며 "두 형태 중 어떤 것이 타당성이 있는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진현 제주대 사회교육학과 교수도 "예술중점학교는 미대나 음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지 예술가를 키우는 체제는 아니다"며 "예술반과 보통반이 혼재되면 정상적인 교육형태를 유지할 수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예술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과연 평준화 일반고를 포기하고 읍면학교로 진학할지 의문이 제기됐다. 또 예술중점학교에 다니는 보통반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받을 수 있어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뀐 것 없는 평준화고 대책

이번 계획안에서는 도내 특성화고 6곳과 특성화반과 보통반이 혼합된 일반고(특성화과고) 4곳에 대한 학과도 재편도 추진된다.

특성화고의 경우 제주고는 관광계열로 특화되면서 기존 농업계열은 서귀포산업과학고 등으로 이전된다.

제주여상은 상업정보계열을 유지하며, 서귀포산업과학고는 농업계열로 특화되는 대신 전자과와 자동차학과는 한림공고 등으로 편입된다. 

중문고는 보건의료, 한림공고는 공업, 한국뷰티고는 미용 등으로 단일화된 계열로 특화된다.

특성화과고의 경우 성산고는 국립해사고로 전환을 추진하며, 함덕고는 인터넷비지니스과와 정보처리과를 모두 폐지한 후 읍면지역 일반고로 전환된다. 제주중앙고는 상업정보계열로, 영주고는 컴퓨터와 디지털 관련 학과로 특화된다. 

하지만 제주여상과 한림공고, 제주중앙고 등 상업·공업계열 특성화고들은 30~40년전부터 전통적을 유지하고 있다. 미용의 한국뷰티고와 보건의료의 중문고는 수년전부터 특성화계열 개편을 추진하면서 상당부분 틀이 잡혀 있다.

제주형 마이스터고 육성이나 항공 등 새로운 특성화학과 신설 등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기존 특성화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귀산과고 총동창회 관계자는 "서귀포산과에 새로운 특성화과가 많이 도입됐지만 대부분 10년 이상 유지되지 못했다"며 "전체적으로 서귀포지역 학생이 미달되는 시점에서 농업계열로만 학교가 유지가 될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장기적 안목으로 대책 마련해야

지난 11일 열린 도민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은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한국 한림여중 교감은 "현재 제주시 신제주과 구제주권의 고등학교 분포가 인구분포와 정반대로 돼있고, 제주여고와 중앙여고, 신성여고가 특정지역에 몰려 있어 신제주권에 여고학교를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래성장산업을 중심으로 특성화고 학과를 사회복지서비스, 창작예술 및 여가관리 서비스, 항공정비부분, 마필관리사 등 학과를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현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도 "1980년 이후에 제주고교 관련 정책 대부분이 3~4년 정도의 단기적 대책에 그치고 있을 뿐 중·장기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며 "이제부터라도 고교체제개편의 출발점을 기회형평성이 아니라 기회균등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읍면지역에 기숙형 사립학교를 설립한 후 8~10년 장기투자해 지역균형에 맞춰나가야 한다"며 "동지역 학생들이 읍면지역 학교에 우선 선택할 수 있게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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