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귀포농협유통센터 가공용감귤 수매 현장

대기차량 빼곡…60상자 처리에 사나흘 기다려야
농가 "매해 악순환…행정 뒷북대처 급급" 불만도

 
"감귤 가격은 내리고 가공용 수매난도 매해 반복돼 감귤 농사가 되겠느냐"

최근 잦은 비 날씨로 감귤 농가들이 제때 수확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가공용 감귤 처리 난마저 겹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가공용 감귤 처리난이 악순환처럼 이어지고 있으나 제주도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뒷북 대처에만 급급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4일 오전 6시 서귀포농협유통센터. 해가 아직 떠오르지 않은 이른 아침, 가공용 감귤을 처리하기 위해 모여든 농민들은 천막 난로 앞에 모여 몸을 녹이고 있다.

오전 7시 가공용 감귤을 싣고 갈 화물차가 유통센터로 들어서자 농민들은 바쁜 손놀림으로 가공용 감귤을 수매 통에 비워댔다. 하지만 순식간에 수매 통은 동이 났고 대기 줄에서 겨우 20여m가 줄어들었다.

농민들은 다른 수매 차량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기다리다 비우기'를 3번 반복한 오후 1시께 수매가 끝났지만 대기차량의 행렬은 도로까지 이어지는 등 끝이 보이지 않았다.

또 하루 수매량과 수매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사나흘은 기본이고 길게는 닷새까지 기다려야 가공용 감귤 60상자(1200㎏)를 팔 수 있어 농가들의 한숨 소리는 커지고 있다.

김두평씨(77)는 "할일은 많은 데 가공용 감귤 60상자 수매를 위해 사나흘의 반나절을 허비하고 있다"며 "상품 가격이라도 좋으면 가공용을 포기할 텐데 한 푼이 아쉬워 포기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허탈해 했다.

김준익씨(70)는 "지금 감귤 농가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행정당국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가공용 수매를 기다리다 감귤이 썩어, 버리는 상황이다. 깜짝 대처방안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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