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이지영 숲 해설사

2011년부터 환상숲 '해설사'로 활약한 이지영씨는 경험과 재능을 살려 다양한 곶자왈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숲을 '읽어주는' 차별화된 해설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안정 대신 숲으로 '귀향'
'반쪽'인연...가족 뜻 이해
차별화된 해설로 입소문

"살아있다는 것이 바로 이런 느낌 아닐까요"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곶자왈 '환상숲'지기 이지영(29·여)씨의 한 줄 평은 의미심장하다.

'매일 마주하지만 매번 신기하다'는 설명을 듣고 마주한 곶자왈이 활짝 가슴을 연다.

이씨의 명함에는 '숲 해설사'란 글자가 오롯하다. 이전에는 서울 지역아카데미 교육농장센터 연구원이었다. '안정적인 일'을 내려놓고 '귀향'을 결정한 것을 이씨는 '행운'이라고 말했다.

환상숲은 이씨의 아버지 이형철 대표(57)가 조성한 공간이다. 벌써 10년 전 일이다. 이씨는 "그 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가슴이 철렁한다"며 "아버지가 찾으셔서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말했다. 환상숲은 2006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가 건강을 되찾고 '재기'를 시작한 발판이다. 개인 산책로로 시작한 공간이 하나 둘 숲을 이뤄가는 과정은 마치 가족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았다. 이씨 역시 같은 경험을 했다.

우연히 이씨의 사연을 알게 된 노신사가 '아들 사진' 한 장을 들고 환상숲을 찾아왔고, 어느새 가족이 됐다. 이씨는 "지금 말이지만 '꼭 며느리를 삼고 싶다'는 말씀에 당황해서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숲과 숲에서 일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 만난 인연이라 더 잘 맞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렇게 반쪽이 된 남편 노수방씨(29)도 '한국전력'이라는 반듯한 직장 대신 곶자왈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나누고 있다.

2011년 환상숲이 일반에 열리면서 '해설사'로 활약한 이씨는 이전 경험과 재능을 살려 곶자왈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숲을 '읽어주는' 차별화된 해설로 입소문도 탔다. 탐방코스는 성인 걸음으로 15분이면 충분한 거리지만 이씨와 동행하면 1시간이 모자랄 정도가 된다. 이씨는 그 과정을 나태주 시인의 '풀꽃'으로 설명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곶자왈이 그래요. 천천히, 오래, 많이, 자세히 봐야 진정한 매력을 찾을 수 있어요"

곶자왈에 살고 있는 식물들의 종과 이름, 특성을 설명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이씨는 그보다는 숲에서의 마음가짐이나 귀를 여는 방법을 귀띔하는데 공을 들린다.

"사람들은 내게 숲을 읽는다고 하지만 사실 저도 다 들은 얘기예요. 곶자왈은 생각보다 수다스러워요. 늘 얘기를 하죠. 들어주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그러다 보면 함께 사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요.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그런 재미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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