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후인 1947년 프랑스령 베트남사이공(현 호치민시)에서 B,C 급 전범으로 처형을 당한 옛 일본군 헌병 15명의 유서가 54년만에 발견됐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9일 보도했다.

일본인 출신으로 전후사(戰後史) 연구가인 그린 세이코씨는 최근 미국의 공문서도서관에서 패전 후 일본통치를 맡은 연합국 군총사령부(GHQ)의 자료를 조사하던 중 비밀해제된 옛 일본 헌병 15명의 유서와 GHQ의 내부 문서 9건을 발견했다.

이번에 발견된 유서는 1946년 10월부터 47년 3월까지 사이공 형무소에서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서에는 `명예있는 전쟁범죄자", `도의적으로 수치스러운 게 없다", `작전 명령에 의거해 직책을 달성했다"는 등 전쟁 중 행동을 정당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마이니신문은 전했다.

함께 발견된 당시 GHQ문서에 따르면 47년 11월 20일 프랑스 당국은 "수신인에게 전달해 달라"고 GHQ에 유서를 전달했으나, GHQ측은 "미군정의 점령을 반대하는 비판적인 내용이 있다"며 유서전달을 거부한 채 그간 유서들을 보관해 왔다.

일본은 1940년 인도차이나에 진주했으며, 이후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진 45년 3월 베트남에 있던 프랑스군을 공격해 무장해제하고, 스파이 색출 작업 등을 벌였다.

전쟁 후 일본의 포로가 됐던 프랑스 장교들은 일본군을 상대로 B, C 급 전범 조사에나서 230명을 기소했으며, 이중 167명이 헌병이었다.

헌병은 당시 일본 국내에서는 언론 탄압 등 국민생활을 간섭했고, 점령지에서는 치안유지와 스파이 색출 업무 등을 맡았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도 헌병의 일본말인 `겐뻬이"는 아시아 각국에서 일본 점령시대를 상징하는 말로 남아있다.

종전 후 연합국은 전쟁지도자를 A급 전범으로 단죄했으며, 포로학대 등 전쟁범죄자는 B급, 비인도적인 범죄자는 C급으로 각각 분류했다.(도쿄=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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