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대생 기자

공공하수관로 설치 의무화로 지역민 부담 가중
도심 지역 건축행위 편중 우려…일부 허용 필요

제주도가 자연녹지지역 난개발 방지를 목적으로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읍면지역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주민의 하수도 설치비용 부담 가중 및 사유재산권 침해 등 부작용 속출도 우려되고 있다. 행정이 도내 전 지역에 공공하수 시설을 설치할 때까지 소규모 농어가 주택 등에 대해 공공하수도 설치 의무 대상 제외 등 제한적 허용 규정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무분별 공동주택 건립 제동

최근 제주지역 유입인구 증가 및 주택 건축 급증 등으로 녹지지역 등에서의 난개발이 문제점으로 대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는 제주 자연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계획적인 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하고 있다.

도는 지하수 보전 및 난개발 방지를 위해 도 전역 개인 하수처리시설 지하침투 방식을 개선, 공공하수관로와 연결해 하수를 처리하는 경우에만 건축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공동주택 쪼개기 개발 억제를 위해 도로 너비 기준을 10호 이상·30호 미만이면 6m에서 8m 이상으로, 30호 이상·50호 미만은 8m에서 10m 이상으로, 50호 이상은 10m에서 12m 이상으로 강화했고, 택지형 또는 기형적 형태의 분할 등은 허가를 받도록 했다.

△건축행위 도심 편중 심화 예상

현재 읍면 지역은 공공하수 시설이 부족해 하수를 지하침투 방식으로 하수를 처리하는 상황에서 공공하수도 연결이 의무화되면 읍면지역 주민은 건축을 위해 하수 연결 비용을 부담해야 해 조례 개정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하수관 설치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거나, 하수관 설치 등을 위한 도로 굴착 허가 등을 받지 못해 공공하수관로와 연결하지 못할 경우 아예 건축을 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공공하수관이 설치된 도심 지역에 건축행위가 몰리면서 동 지역은 건축물 공급 과잉 현상 등으로 도심 교통·주차·쓰레기 문제가 심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비해 읍면 지역은 건축 행위가 어려워 사유재산권 침해 등 도심과 농어촌 간 개발 불균형 가속화를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난개발 방지와 주민불만 해소책 절실

토착 주민 등 농가주택 실수요자 등에 대해서는 개인 하수처리 시설을 허용하는 등 예외 조항 신설 등이 검토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동 지역은 행정이 하수관 연결 비용을 부담한 데 비해 읍면 지역은 주민들이 설치비를 내야 하는 등 형평성 문제가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칫 하수관 연결 비용이 건축비용을 초과하는 등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도 배제할 수 없어 읍면지역 도민들은 주택 건축을 못 해 읍면지역 지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로 인해 대규모 자본은 대규모 개발 비용에서 하수관 연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고 판단되면 건축행위 제약 등으로 지가가 하락한 읍면 지역 토지를 대규모로 사들여 개발할 수 있어 오히려 난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도내 전 지역에 공공하수관이 설치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일정 규모 이하의 주택 등에 한해 개인 하수 처리시설을 허용하는 등 한시·제한적 예외규정을 신설하는 등 난개발 방지란 목적 실현과 주민불만 해소를 위한 '묘안'이 요구되고 있다. 

 

장봉길 제주시이장단협의회 상임부회장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은 제주도민을 위한 것도, 환경 보전을 위한 것도 아닌 외부 자본에 의한 난개발을 초래하는 '나쁜 규제'다"

장봉길 제주시이장단협의회 상임부회장(하가리장)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읍·면지역 주민들은 집 한 채를 지으려고 해도 수㎞의 하수관로를 매립해야 한다"며 "건축비보다 하수관로 연결 비용이 훨씬 큰 데 누가 집을 짓겠냐"고 반발했다.

이어 "이주민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지가도 어느 정도 오르는 등 읍·면지역이 활기를 띄고 있지만, 하수관로 연결 부담으로 주민들의 토지 매입 수요가 감소하면 지가가 다시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외부 자본이 읍·면 지역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대규모 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또 장 부회장은 제주도가 조례 개정의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환경 보전'에 대해 "개인하수처리시설 배출기준을 강화하면 될 일"이라며 "동 지역과 읍·면지역간의 하수도 보급을 비롯한 사회기반시설의 격차는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똑같이 공공하수관로를 연결하라고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장 부회장은 "진정으로 환경 보전을 생각한다면 중산간 지역에서 자행되고 있는 골프장·콘도·휴양 시설 등 대규모 개발 행위부터 막아야 한다"며 "제주도민과 자연을 위한다는 조례가 되레 주민들을 고향에서 내쫓고 난개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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