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태풍의 계절' 허술한 재난대응

사진=변미루 기자

집중호우 빈번 불구 재해지구·소하천 정비 저조
토지보상 문제로 난항…저류지 설계기준 강화도

기후변화 등으로 제주지역에 풍수해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집중호우를 동반한 태풍과 장마기간 기습적인 폭우로 물난리가 반복되면서 주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와 달리 재해위험지구와 하천 정비 등 행정당국의 재해예방사업은 더디게만 진행돼 피해를 막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강해지는 태풍 위력

제주지방기상청은 최근 고온화 경향을 감안, 올 여름철에 강한 강도의 태풍 1개가 제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올 여름 태풍은 평년(1981~2010년) 2.2개에 비해 적은 수준이기는 하나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태풍의 위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2012년 9월 태풍 '산바' 상륙 당시 하루 최대 600㎜ 가량의 집중호우가 내려 제주에 큰 피해를 입힌 2007년 9월 태풍 '나리' 560㎜를 웃돌았다. 

2014년 8월 태풍 '나크리' 내습 때에는 산간에 하루 1100㎜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졌고, 지난해 7월 태풍 '찬홈'이 몰아쳤을때도 이틀간 산간에 1300㎜가 넘는 비가 내리는 등 기록적인 폭우를 기록했다.

여기에 장마기간 집중호우가 내리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12일 제주 남부지역에 태풍 때와 맞먹는 시간당 1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져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고 일부하천이 범람하는 등 물난리가 났다.

2013년 5월에는 태풍과 장마가 아닌 상황에도 27~28일 이틀간 972㎜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등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해마다 속출하고 있다.

△홍수조절기능 한계 우려

2007년 내습한 태풍 '나리' 이후 하천 범람 등을 막기 위해 도내 곳곳에 저류지가 조성됐다.

제주시 도심권을 관통하는 4개 지방하천에 조성된 저류지 용량은 한천(2곳) 89만9000t, 병문천(4곳) 56만8000t, 산지천(4곳) 9만1000t, 독사천(2곳) 8만9000t 등 모두 12곳·164만7000t이다.

그런데 제주지역의 경우 하루 강수량이 500㎜를 넘고 있고, 시간당 강수량도 80~100㎜를 육박하면서 저류지 설계기준(강우빈도 100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천 2저류지 증설(올해 17만t) 공사 전인 2014년 태풍 '나크리' 내습 당시 12개 저류지에서 140만t의 빗물을 채우면서 제주시 4개 하천의 범람 위기를 가까스로 막았다.

2013년 조성된 산지천 4저류지는 당초 삼성혈 인근에 4만8000t 규모로 설계됐지만 문화재지구로 묶이면서 신산공원에 1만7000t 규모로 축소돼 집중호우때 동문시장 남수각이 범람 위기를 맞고 있다.

△정비사업 소극적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도내 자연재해위험지구는 제주시 45곳, 서귀포시 35곳 등 80곳이다. 

하지만 정비공사가 완료된 곳은 제주시 30곳, 서귀포시 13곳 등 43곳에 불과, 나머지 자연재해위험지구인 제주시 15곳, 서귀포시 22곳 등 37곳은 추진 중이거나 향후 추진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함께 제주지역 소하천 정비사업(2001~2018년)은 정비구간 88곳·161.7㎞ 중 지난해말 기준으로 29.9%의 정비율을 보이는 등 추진실적이 저조한 상태다.

제주도가 지난 3월21일부터 4월14일까지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14곳과 급경사지붕괴위험지역 4곳 등 2개 사업 18곳에 대한 재해예방사업 추진실태를 점검한 결과, 점검대상 18곳 가운데 11곳(61.1%)이 불안전 평가를 받았다.

더구나 이호천·광령천 등 각종 하천 수해상습지 정비사업이 무더기로 표류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제주시의 경우 현재 16건의 수해상습지 정비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이중 9건이 보상협의 문제로 일시중단 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해취약시설에 대한 점검 강화는 물론 자연재해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행정의 적극적인 재해예방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저류지 강우 빈도 설계기준 강화는 환경적 측면과 경제성 등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기본계획수립에 따라 재해예방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땅값 상승으로 보상협의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