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편집국장

지난주 교육부 고위공직자의 막말이 우리 사회를 온통 뒤흔들었다. 그는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며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그 민중은 1%와 99% 중 99%"라고 말했다. 자신은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며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일반인에게 들어도 화가 치밀법한 이같은 발언이 다른 이도 아닌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대학구조 개편, 누리과정,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핵심 교육정책을 기획하고 조율하는 요직이다.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교육이 기회 균등과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자리다. 그런 위치에 있는 교육 공무원이 되레 국민을 1%와 99%로 나누고 과거 지배계급이 권력을 독점하고 백성들 위에 군림했던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니 기가 막힐 일이었다. 

안그래도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새로운 계급사회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흙수저, 금수저 등 '수저계급론'으로 부모의 부와 권력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면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옛말처럼 개인의 노력만으로 계층 이동을 꿈꾸기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각종 통계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결과 '평생 노력을 한다면 본인 세대에서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 '높다'는 응답자는 21.8%에 불과했다. 반면 '가능성이 낮다'고 답한 사람은 62.2%에 달했다.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이 평생을 노력해도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올라갈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초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계층상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작은 편'이라는 부정적 응답은 2009년 45.6%에서 지난해 61.3%로 크게 늘었다. 더불어 자식 세대가 되면 계층 상승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급감했다. 2009년 48.3%이던 긍정 응답은 2015년 3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인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확실한 계층 이동 사다리였던 교육도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되면서 무너지고 있다. 한달 100만원이 넘는 영어유치원부터 대학 등록금 수준의 학비가 드는 사립초등학교, 국제학교, 특목고·자사고 출신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이루고 학벌을 서열화하고 있다. 공교육이 붕괴되고 교육 무용론까지 나오는 지금의 현실에서 교육부 고위공직자의 '신분제 공고화'나 '민중은 개, 돼지' 발언은 국민들의 상실감과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로렌츠 폰 슈타인은 교육은 한 사회에 있어 신분 세습을 막고 '기회의 균등'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현재 독일을 비롯한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대학 등록금을 받지 않는 것도 학생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슈타인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물론 기회의 균등이 결과의 평등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결과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돈이나 권력에 좌우되지 않고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하고 계층상승의 꿈을 꿀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교육이 계층이동의 희망 사다리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교육에 자리를 내준 공교육의 정상화와 이를 책임지는 교육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고위공직자의 막말 파문을 계기로 교육부는 과연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계층간의 격차 해소를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분노와 질책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면 교육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99% 국민을 외면하고 1%만을 위한 정책이라면 더이상 교육부의 존재가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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