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 / 제주국제관악제를 만드는 사람들

이상철·김왕승 등 '의기투합' 1995년부터 이어와
상성 사무국·학교교육 활성화 등 관악발전 주도 

독일의 바이로이트축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축제, 스위스 루체른 음악축제, 영국 에든버러 국제음악제 등 세계 유수의 여름 음악축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제주국제관악제'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도내 음악인들과 문화행정 관계자, 자원봉사자 등 많은 이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특히 김왕승 조직위원장과 이상철 관악제 집행위원장은 관악제 창설의 주역으로 현재까지도 변함없이 열정을 쏟고 있다.

이상철 집행위원장은 "1994년 일본 하마마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관악제에 한국대표로 제주고교연합악대가 참가했는데, 그 당시 저는 연합악대 지휘자였고 김왕승 위원장님은 도청 문화예술담당 공무원이었다"며 "처음으로 국제관악제에 참가해 운영방식 등을 살펴보니 제주에서도 충분히 국제관악제를 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도내 음악인들을 중심으로 조직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이듬해인 1995년 제주국제관악제가 출범했고, 오현고 음악교사였던 이상철씨는 이후 20여년간 조직위원, 조직위 부위원장, 집행위원장 등으로 관악제와 함께 해왔다. 관악제 출범을 위해 노심초사했던 김왕승씨는 정년퇴임 후에도 자원봉사자와 조직위원으로 활동을 이어오면서 조직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이들은 관악제 탄생에 얽힌 이야기도 풀어 놓는다.

"1994년 하마마쓰에서 1996년 열릴 아태관악제 개최지를 논의하는데, 우리가 개최하겠다고 신청했다. 하지만 회의 끝에 차기 아태관악제는 홍콩에서 열기로 결정됐고, 우리는 '차라리 잘됐다'며 이참에 제주국제관악제를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는게 김왕승 조직위원장의 설명이다.
이어 "당시 제주가 아태관악제 개최지로 결정됐다면 제주국제관악제는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축제 기획부터 세계 각지의 출연팀과 심사위원 섭외, 홍보, 공연장 마련 등 무엇하나 쉬운 일이 없는 상황에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제주도가 4~6개월 임시고용 상태로 실무에 어려움을 겪던 관악제 사무국을 올해부터 상설 조직으로 전환, 상근 인력 채용 등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위한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도교육청도 학교 관악대 창설과 '1인 1악기' 등 저변 확대를 위한 예술교육으로 화답하면서 제주는 점점 '관악의 섬'으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상철 집행위원장은 "미국에는 밴드가 3만개, 일본은 1만7000개, 대만도 2000개에 달해 악기·악보부터, 공연, 음반 등 관련 산업이 뿌리를 내린데 비해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그나마 관악제를 통해 제주 관악이 활성화되고 있고, 전국 학교 지도자들을 위한 연수·교재보급 등 전문성 강화와 관악으로 특화된 겨울 아카데미 강화 등 발전노력을 꾸준히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제주에서 열리는 관악제인 만큼 제주를 소재로 한 곡을 만드는 시도도 하고 있다. 그 결과로 야곱 드 한의 '제주의 여신'이 유럽에서 연주되고, 프랭 티켈리 '제주를 품은 한국 민요'는 미국의 대학팀들에서 많이 연주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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