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 친절·질서·청결 문화로 <일본을 찾게 하는 매력 '질서'>

일본은 차고지 증명제 등 강력한 법적 제재는 물론 유료주차에 대한 시민의식으로 불법 주·정차가 없다. 사진은 하코네시 거리.

불법 주·정차 없는 깨끗한 거리
강력한 법 제재 등 노력의 결과
인사·줄서기·신호·규칙 지키기
상대방 배려하는 교육에서 출발

잘 정돈된 거리와 질서정연한 시민들의 모습은 외부의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자신만 질서를 지키면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고, 질서 속에서 안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질서의식에서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으뜸 수준으로 평가받는 반면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일본 도심과 관광지에서는 어떻게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지 들여다 봤다.

△도로변 자동주차기기 설치

관광지나 도심 거리에서 혼잡함을 느끼게 하는 주범은 불법으로 어지럽게 주차된 차량들이다.

도로 양쪽 길가를 점령한 차량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날 뿐만 아니라, 보행이 어렵고 세워진 차량에 시야가 좁아져 자칫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게 하기 때문이다.

제주의 경우 지난해말 기준으로 43만5015대의 차량이 등록돼 세대당 1.693대를 보유할 정도로 '자동차 왕국'이 됐다. 이는 전국평균 0.999대보다 70% 가까이 많은 것으로 혼잡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자가용 시대를 일찍 맞은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도쿄에서 신주쿠, 시부야와 함께 손꼽히는 번화가로 서울의 영등포와 비슷한 도시 마구 이케부쿠로에는 잠시 물건을 내리기 위해 정차한 차량 외에는 불법 주차된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도심의 도로변이나 한적한 주택가 골목까지 어디든 마찬가지다.

대신 골목 곳곳에는 주차장이 있음을 알리는 'P'자 모양의 입간판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골목안 자투리 공간까지 코인 주차장이 조성돼 있는가 하면 도로변에서도 자동 주차기기가 설치돼  동전을 넣고 사용할 수 있다.

도쿄의 주택가에는 코인 주차장과 함께 월정요금을 내는 주차장이 곳곳에 마련돼 있었다. 월정 주차장은 요금이 천차만별인 코인 주차장에 비해 저렴해 주택에 차고가 없는 차량 소유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기름값이나 자동차세, 보험금 등 차량 유지비가 우리나라보다 적게 드는 것도 아닌데, 과연 이같은 유료 주차장을 이용할까 싶지만 일본 운전자들은 철저하게 주차장에만 차를 세우고 있으며, 불법 주차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 법제화·시민의식 효과

일본에서 불법 주차가 적은 이유는 '차고지증명제' 등 강력한 법체계가 우선 꼽힌다.

제주의 경우 제주시가 2007년 시작해 내년부터 중형차까지 확대할 예정인데 반해 일본에서는 반세기 전부터 시작해 현재는 완전히 정착된 상태다.

경제 성장과 함께 늘어나는 자동차에 대비하기 위해 1962년 '자동차 보관 장소의 확보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 자동차 소유자는 차량 사용중심지에서 직선거리 2㎞ 이내에 자신의 토지 및 건물에 있는 차고 혹은 사설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증명서를 발급받아야만 차량 구매·변경이 가능하다.

주차 위반시 제재도 우리나라에 비해 강력하다.

5분 이상 차량을 방치했는지 여부와 주차 장소에 따라 벌점이 1~3점이 매겨지며, 범칙금도 우리나라(4만원)의 3~5배에 달하는 1만~1만8000엔(한화 11만~20만원)이 부과된다. 또 벌점이 7점을 넘을 경우 30일간 면허가 정지된다.

이같은 단속과 제재 외에도 '주차를 할 때는 돈을 내야 한다'는 인식이 시민들 사이에 자리잡은 것도 불법 주차를 줄이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의 운전자들은 집에 차고가 없는 경우 주택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길게는 3㎞까지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귀가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케부쿠로에서 만난 한 시민은 "차를 아무데나 세웠다가는 많은 벌금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될 것"이라며 "코인주차장이 많아 주차에 별 어려움은 없지만 주차비가 한달에 3만엔 정도로 만만치 않아 젊은 층은 주로 전철을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 '오모이 야리' 교육이 바탕

일본의 질서의식은 주차 등 교통 분야 외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공공장소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 인사를 잘하는 것, 줄 서기 등 질서를 잘 지키는 것, 욕설이나 고함을 내지 않는 것 등이 꼽힌다.

이는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을 가장 나쁜 일이라고 가르치는 일본의 가정교육에서부터 출발한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일본 자녀교육의 가장 큰 덕목은 자기 주장을 내세우기에 앞서 '남의 입장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뜻하는 '오모이 야리'(おもいやり)를 갖춘 아이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보육원에서는 글자보다 인사하기나 자기 물건 정리하기, 밥 먹는 예절과 같이 생활속 예절을 먼저 가르치고, 가정에서도 음식을 먹기 전·후에는 꼭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하도록 교육한다.

또 제주시와 자매결연 관계인 도쿄도 아라카와구에서는 친절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자는 '아라카와의 마음' 추진운동을 10년 전부터 실시하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른들이 먼저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스스로 신호와 규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상대방을 생각하는 상냥한 마음을 실천하고 아이들이 안전한지 지켜보는 등 아이와 어른 모두 친절과 질서를 지키도록 유도하고 있다. 

유명 관광지인 하코네시 케이블카 역사에서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일본인과 관광객들.

"아라카와구는 인구 21만명 정도로 도쿄 전체로 보면 작은 특별구이지만 작은 지역답게 상냥함과 소박한 친절함을 갖추고, 규칙을 지키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구민 전체가 노력하고 있다"

이케다 요우코 도쿄 아라카와구 지역문화스포츠부장은 규칙과 질서를 잘 지키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교육'과 '어른들의 모범'을 가장 강조했다.

이케다 부장은 "어른이 하는 일을 아이들이 본받기 때문에 먼저 좋은 거울이 돼야 한다"며 "이같은 취지에서 아라카와의 마음 추진운동을 10년째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운동은 신호 지키기 등 모든 일에서 어른이 먼저 정확하게 행동하고, 이를 아이와 함께 함으로써 아이들이 무의식중에 질서의식을 갖게 하는 게 목표"라며 "이를 위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면서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다섯가지 마음을 만화 형식의 팜플릿으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케다 부장은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질서의식을 심어주는 것 외에 아동범죄나 안전사고를 줄이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며 "등·하교를 돕는 실버교사들이 아이들을 항상 지켜보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아이들에게 먼저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고 지켜보며 지역 전체가 함께 보살피는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라카와구의 추진운동에는 학교 자모회와 방범단체, 유치원 등 85개 기관·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학교 자모회의 경우 자녀들이 졸업한 이후에도 작은 연극을 통해 아이들에게 캠페인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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